불교·유교 등 타 종교들과의 성숙한 대화를 위해,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각을 나누고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학자들은 타 종교와의 대화에 앞서 중요한 것이 '보수와 진보간 대화'라고 강조했다.
 
  ▲교회협의 종교간대화 심포지엄 광경 ⓒ뉴스미션

“구원의 유일성 때문에 타 종교와 대화 어렵지만, 노력해야”
 
불교·유교 등 타 종교들과의 성숙한 대화를 위해,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각을 나누고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이하 교회협)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복음주의권 신학자들을 초청해 ‘종교간 대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대화, 선입견을 넘어 이웃이 되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타 종교와의 대화'에 관한 보수와 진보간 견해 및 공통분모를 찾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교회협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조경열 위원장은 “이 땅에 많은 종교가 있기에 일상에서 늘 만나는 타 종교인들과의 대화는 피할 수 없다”며 “타 종교인들을 기독교가 어떻게 하면 예의를 갖고 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우선은 같은 종교에서도 입장이 다른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보수진영에서는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가 ‘한국 보수기독교가 생각하는 종교간 대화’,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실천신학)가 ‘WEA를 중심으로 본 복음주의권의 종교간 대화의 정책과 기준’이란 제목으로 발제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정배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와 김은규 교수(성공회대학교)가 논평자로 나섰다.

김동춘 교수는 보수권이 타 종교와의 대화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독교 구원의 유일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때문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보수 기독교에 타 종교의 종교적 가치를 인정하는 보다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한국 보수기독교가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이유는 기독론중심주의, 혹은 기독론일원주의에 기인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을 철저하게 믿기 때문”이라며 “타 종교와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기독교의 절대성이라는 기본전제가 붕괴된다고 생각하기에 종교간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 보수기독교는 그동안 타 종교에 행한 무례한 태도, 공격적인 선교방식을 반성하면서 좀더 유연한 방식의 선교로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타 종교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적어도 그들의 종교적 주장에 대해 진지하게 귀를 열고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일 교수는 WEA가 추구하는 가치와 진보진영인 WCC의 가치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짚은 뒤, 이제는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신앙과 타종교를 존중하는 입장이 모색되고 있다고 김 교수에 비해 다소 긍정적 평가를 냈다.  
 
김 교수는 “전통적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WEA 또한 근래에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타종교와 평화로운 공존을 지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온건한 복음주의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독교의 종교적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타 종교의 자유 또한 존중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정배 교수는 논평을 통해 “교리, 명제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우리 시대 진리관은 형이상학적 진리가 아닌 순행적인 것, 즉 자기 종교 창시자의 뜻을 이 땅에 누가 잘 수행해 나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타 종교와의 대화에 앞서 기독교 내 보수와 진보 간 대화가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보권 김은규 교수(성공회대학교 구약학)는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가 가까우면서도 서로 먼 존재로 반세기 넘도록 지내온 듯하다”며 “같은 교회, 같은 성경, 같은 찬송가를 사용하면서도 어쩌면 서로 다른 하나님, 예수님, 성령을 믿고 고백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를 고민할 때 오늘 이 자리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수와 진보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회협은 이번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대화를 지속해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타 종교간 대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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