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교회협과 지역 교회협 간담회가 열렸다. ⓒ뉴스미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는 지난 20일 유성에서 지역 교회협과의 간담회를 갖고, 지역 교회협의 활성화와 지역 교회협과 교회협의 관계 설정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재 지역 교회협은 부산과 강원 등 전국 9개 지역에 구성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군사정권 시절 ‘지역 인권위원회’ 형식으로 조직돼 지역 교회협으로 발전했다. 다시 말해서 공교회성보다는 운동성을 위주로 조직됐던 것이다. 게다가 조직 단위도 ‘랜덤’ 그 자체다. 부산 같은 광역시가 있는가 하면 정읍 같은 소규모 지역도 있다.
 
조직 방식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지역 교회협은 그 지역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협은 1년에 한두 차례씩 지역 교회협 관계자들을 초청, 간담회 등을 갖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오곤 했다.
 
간담회 때마다 지역 교회협이 교회협에 요청하는 것은 한가지로 요약된다. 중앙과 지역의 연결고리를 공식화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 20일의 간담회에서도, 지역 교회협을 담당하는 상설 위원회를 교회협 안에 설차해 달라는 의견과, 교회협의 프로그램 위원회에 지역 교회협 대표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에큐메니칼 운동에 있어서 지역 협의체의 참여는 필수적이고도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중앙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이 정책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회원 교단과 그 교단에 속한 지역의 개교회들이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지역 협의체이다. 다시 말해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 협의체가 교회협의 논의 구조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협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이 문제를 두 차례나 논의했으나 그때마다 엉뚱한 이유들 때문에 무산됐다.
 
이 문제가 처음 다뤄진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지역 협의체의 대표를 실행위원회와 총회에 참여시킨다는 내용의 정관 및 세칙 개정안이 총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정족수 미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정관 개정안을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총대가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당시 ‘교회협 발전과 개혁을 위한 특별 연구위원회’가 지역 협의체 대표를 총대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완성했다. 그러나 일부 교단의 반대로 지역 협의체 대표의 총대 참여는 개혁안에서 제외됐다.
 
당시 일부 교단들은 왜 여기에 반대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지역협의체의 ‘구성’에 있었다. 사실, 지역 교회협은 그 구성이 지역에 따라 매우 들쭉날쭉이다. 교회협의 회원 교단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지역도 드물 뿐만 아니라, 비회원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도 많다. 따라서, 이런 지역 협의체가 임의로 총대를 파송할 경우, 교회협의 ‘공교회성’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역 협의체의 조직 과정과 특성을 도외시한 것이다. 그토록 공교회성이 중요하다면, 애초부터 지역 협의체를 창립할 때 공교회성을 충족시키도록 교회협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든지, 아니면 그런 들쭉날쭉한 조직이 ‘지역 교회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운동을 위한 조직으로 구성될 때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다가, 정작 논의기구에 참여하려 할 때에 와서야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지역 협의체의 논의구조 진출을 막은 ‘진짜’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무래도 ‘교단 이기주의’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현재 교회협 실행위원과 총대의 수는 세칙으로 정해져 있다.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각 교단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 협의체가 총대를 뽑아 파송할 경우, 이 ‘점유율’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물론 지역 협의체의 ‘들쭉날쭉한 구성’에 있다. 말하자면, 교단들은 현재의 점유율이 변하거나 비회원 교단이 논의구조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역협의체의 역사와 특성을 도외시한 것인 동시에, 지금의 교회협 운영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현재 교회협 실행위원회에는 CBS를 비롯해서 대한기독교서회와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 그리고 한국 YMCA 전국연맹의 대표가 ‘회원 연합기관의 대표’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CBS나 서회에는 교회협 회원 교단이 아닌 교단도 참여하고 있다. YMCA의 경우는 아예 공교회 기구도 아니다.
 
따라서 지역 협의체의 대표를 배제했던 2006년의 논리는 지금에 와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교회협은 지역 협의체의 대표를 하루 속히 논의 구조에 참여시키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지금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 협의체를 교회협 논의구조에 포함시켜야 하는 ‘진짜 이유’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마찬가지로, 지역 교회협은 ‘협의체’라기보다는 ‘운동성’을 전재로 한 ‘운동체’로 조직된 것이다. 따라서 그 구조와 운영방식은 ‘공교회 협의체’인 교회협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협의체인 교회협은 그 구조상 운동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교회협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그 취약한 운동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지역 협의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서 운동성의 강화를 위해서는 협의체적 구조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연합기관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 자체가 교회협으로서는 협의체적 구조를 상당부분 양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협이 한 실무자는, “운동성과 협의적 구조를 동시에 갖추기 원한다면 ‘이중구조’가 불가피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결국, 갈수록 약해져 가는 교회협의 운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협의체적 구조에 대한 심각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재고‘의 내용 속에는 지역 협의체 뿐만 아니라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 바닥 운동단체들의 문제도 함께 포함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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