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김영주 총무 집행위원장 복귀, 또 삐걱대나?

‘에큐 정신 복원’과 ‘투명성 확보’ 명분 퇴색에 우려

민성식(ecuman@naver.com)

등록일:2013-07-23 10: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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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집행위원장으로 복귀한 김영주 총무와 김삼환 KHC 상임위원장이 국고보조금 운용애 대한 MOU에 서명 후 악수하는 모습.ⓒ뉴스미션

지난 22일 종교교회당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 100일 맞이 상임위원회 및 제6차 기도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가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 격려사를 맡았다. 이로써 김총무의 WCC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 집행위원장 복귀가 공식화 됐다. 지난 2월4일 이른바 ‘1.13 공동선언문’ 사태로 사퇴한 지 137일 만이다.
 
‘주도권 탈환’ 위해 결단

 
김 총무의 집행위원장 복귀는 KHC와 국내 4개 WCC 회원 교단 등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김 총무 자신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다. 김 총무가 스스로 복귀를 결단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짚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김 총무는 자신이 집행위원장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 부산 총회 준비에 있어서 ‘주객이 전도돼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WCC 총회는 아무리 ‘복음주의 계열의 참여’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최대의 에큐메니칼 축제’인데도 불구하고, 그 준비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고 있는 교회협 총무가 빠져 있다는 것은 부산 총회의 에큐메니칼 특성을 희석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부산 총회의 준비와 참여에 있어서 누가 ‘주체’가 돼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연결되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복귀의 두 번째 이유가 됐다. 즉, 부산 총회의 준비와 참여에 있어서 주체는 교회협과 회원 교회, 그리고 에큐메니칼 진영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 총무가 집행위원장에서 빠져 있는 상황은, 이같은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다고 본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부산 총회를 위해 지원됐거나 지원될 예정인 2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고 보조금에 대한 관리와 집행이 이원화돼 있는 지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국고 보조금은 교회협 법인인 한국기독교 연합사업유지재단의 통장으로 입금돼 유지재단 이사장인 김 총무의 결재가 있어야 인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보조금을 사용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KHC이다.
 
그러나 만일 보조금을 사용하고 향후 정산하는 과정에서 ‘털끝만큼’의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은 모두 교회협이 져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말하자면, 자칫 교회협은 부산 총회를 위해 받은 국고보조금을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 총무는 집행위원장에 복귀해 자신이 준비 실무의 전반적인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회원 교단과 에큐메니칼 진영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동시에 국고 보조금 등 예산 집행과 관련된 문제점도 해결해 나가려는 복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김총무의 의도는, KCH 측에 제시한 복귀의 ‘전제조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김 총무는 자신이 복귀 문제와 관련, 최근 김삼환 상임위원장과 박종화 준비위원장 등 KHC 인사들을 만나 세 가지의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4개 WCC 회원 교단 총무와 나아가 WCC의 회원이 아닌 교회협 회원교단 총무들도 참여하는 ‘집행위원회’를 KHC 안에 구성할 것 △실무를 위해 WCC 중앙위원이자 실행위원인 정해선 교회협 국제위원회 컨설턴트를 사무차장으로 KHC 사무국에 배치할 것 △ 교회협과 KHC 사이에 국고보조금의 사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 등이었다.
 
난데없는 ‘공동 사무차장’ 체제

 
따라서, 김 총무가 그리고 있는 ‘복귀의 효과’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세 가지 전제조건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또 그것이 향후 부산 총회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김 총무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인지를 판단해 봐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김 총무의 의도는 첫 단계부터 꼬여 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지난 22일 아침, 정동 달개비에서는 KHC 상임위원회 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KHC가 공식적으로 김 총무의 조건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11시에 열리는 ‘부산 총회 100일 맞이 상임위원회 및 제6차 기도회’에서 김 총무의 복귀를 공식화하고 MOU를 체결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두 번째 조건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김 총무의 요구에 따라 정해선 컨설턴트를 사무차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의하면서, 김삼환 상임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고세진 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도 함께 사무차장으로 임명하기로 전격 결의해 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서, KHC내에 정해선과 고세진이라는 두 명의 사무차장이 공존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결국 김영주 집행위원장과 정해선 사무차장, 그리고 조성기 사무총장과 고세진 사무차장이라는 이원 구조가 언제든 대립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해선 사무차장과 함께 KHC의 실무를 주도적으로 챙겨 보려던 김 총무의 의도가 출발부터 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MOU가 체결되는 과정에서는 더 심한 난맥상이 드러났다. 원래 김 총무와 KHC의 계획은 11일 오전 6차 기도회가 끝난 직후 체결식을 갖고, 이 자리에서 김 총무의 ‘복귀의 변’도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MOU의 초안을 받아 본 교회협 직원들이 ‘이런 내용으로는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 결국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문구를 수정한 뒤 체결식을 갖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6차 기도회가 끝난 직후 체결식을 갖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김 총무 역시 기도회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지금은 힘들고 저녁에나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식사 직후 KHC 측에서는 ‘체결식을 곧 할 예정이니 기자들은 대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기다림이 있은 후 체결식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교회협 직원들은 “누구도 MOU의 최종 문구를 보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김 총무는 직원들이 ‘문제가 있으니 문구를 제대로 다듬을 때까지 기다리자’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친 뒤 ‘체결’을 강행했던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서명한 내용이 제기된 문제들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다면 상관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종 서명된 MOU의 내용은, KHC를 ‘갑’, 교회협을 ‘을’이라고 칭한다는 내용만 빠졌을 뿐 나머지 부분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김 총무가 무엇에 떠밀렸는지는 몰라도,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서명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위험한 불씨’ 그대로 안은 채...
 
교회협 직원들이 제기하는 MOU의 내용상의 문제는, “전반적으로 돈은 KHC가 쓰고 책임은 교회협이 진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책임과 관련된 부분을 보다 세심하게 다듬을 필요가 변호사에 의해 제기됐음에도 김 총무가 이를 무시하고 서둘러 체결을 강행했다는 게 교회협 직원들의 불만이다.
 
MOU의 성격에 대해서도 김 총무와 KHC 측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는 것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체결식이 끝난 직후 김 총무는 “결제 시스템 등과 관련된 부속 합의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김삼환 상임위원장은 이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속 합의서는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MOU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사무차장을 임명하는 일이나 MOU를 체결하는 일 등에 있어서, 이를 통해 주도권을 회복하고 재정 문제도 챙기려 했던 김 총무의 의도는 그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따라서 김 총무는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밖에서 계속했던 힘겨운 싸움을 안에서 계속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회협 직원들의 불만은 불만대로 높아져 있어, 이들을 다독이고 이끌어 가는 일 역시 떠안게 됐다.
 
문제는, 사무차장 임명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한결같이 반대한 MOU의 체결을 서둘러 강행한 김 총무의 ‘속내’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총무의 상임집행위원장 사퇴를 몰고 온 ‘1.13 공동선언문 사태’의 재판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결정적인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김 총무의 집행위원장 복귀와 MOU 체결 안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사실, 김 총무가 기대했던 ‘에큐메니즘의 복원 내지 주도권 회복’과 ‘재정운용의 투명성’이라는 두 가지 전제는 이미 ‘1.13 공동선언문 사태’와 ‘2600만원 무단 인출 사건’으로 그 뿌리째 흔들렸다. 따라서 김 총무가 두 가지의 전제를 회복하기 원했다면, 먼저 이 두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리를 먼저 하고 넘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김 총무가 복귀하는 과정이나 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전제들을 실현하려는 김 총무의 의도는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는 결국, 향후 유사한 사태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험한 불씨를 그대로 안은 채, 김 총무는 다시 KHC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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