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총무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가동됨에 따라, 기존의 실무협의회와 부산 총회 협력위원회는 그 역할이 축소되고, KHC의 예결산 구조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교회협과 KHC의 실무협의회 광경.ⓒ뉴스미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가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한국 준비위원회(KHC) 집행위원장에 복귀함에 따라, 그동안 교회협의 ‘부산 총회를 위한 협력위원회’ KHC로 이원화돼 있던 부산 총회의 준비과정이 김 총무와 회원교단 총무들로 구성되는 ‘집행위원회’로 일원화되는 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부산 총회를 위한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또 이 협력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교회협과 KHC 사이의 ‘실무협의회’가 구성된 것은, 김 총무가 KHC 밖에서 부산 총회 준비 과정을 챙겨야 했던 상황, 다시 말해서 ‘투 트랙’ 구조의 총회 준비가 불가피한 상황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총무가 집행위원장에 복귀함으로써 이런 상황은 사실상 ‘원인 무효’가 돼 버렸다. 이는 결국, 김 총무가 직접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KHC 사무국이 실무를 하나하나 챙길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김 총무는 지난 29일 오전 KHC 사무국의 보고를 받기도 했다.
 
KHC의 실무를 챙겨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 김 총무만은 아니다. 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교단 총무들 역시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됐다. 지난 31일 열린 총무단 회의에서는, 집행위원회에 교회협 가맹 9개 교단 총무는 물론, KHC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측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무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국내 11개 교단 총무들이 부산 총회 준비과정을 직접 챙기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부산 총회 준비를 둘러싸고 두 가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하나는, 그동안 외부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KHC의 예산 수립과 운용 계획이 사실상 공개돼 교단 총무들의 직접적인 검증을 받게 됐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투 트랙’을 전제로 구성된 교회협의 ‘부산 총회 협력위원회’와 ‘실무협의회’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미 31일의 총무단 회의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서 총무들은, “KHC가 정한 교단 분담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것은 교단 분담금이 적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KHC가 교단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분담금을 책정했고, 교단들은 사실상 이 금액을 책임지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KHC가 책정한 교단 분담금은 총 26억5000만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8억원, 기독교대한감리회 6억원, 한국기독교장로회 3억원, 대한성공회 1억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5억원,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측 3억원, 그리고 기타 교단 5000만원 등이다.
 
이 중 이제까지 예장 백석측이 3억원을 모두 납부했고, 나머지 교단들은 기하성 2억원, 감리교 3억여원, 통합측 1억원 등 일부만 납부한 상태다.
 
따라서, KHC가 책정한 교단 부담금이 뜻대로 걷히기는 이미 힘들어진 상황인 듯 하다. 그러나 더 문제는, 교단 분담금 이외에도 KHC가 잡고 있는 ‘수입’ 계획이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KHC가 잡아 놓고 있는 수입의 총액은 69억 5000만원. 이 중 앞에서 말한 교단 분담금 26억5000만원과 정부 지원금 23억원을 제외한 20억원은 ‘준비위원회 임역원 분담금’12억원과 ‘다양한 모금목표’를 통한 8억원의 모금을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준비위원회 임역원 모금’으로는, 50명의 상임위원장단으로부터 7억원을 모금하고, 250명의 임역원으로부터 5억원을 모금한다는 것이 KHC의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상임위원의 수를 128명으로 늘여 놓은 상황에서 존재감이 없어진 ‘상임위원장단’이 모금에 참여할 것인지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250명에 이른다는 ‘임역원’도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과연 KHC가 이 불분명한 대상들을 상대로 ‘모금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도 미지수이다.
 
이는 8억원을 잡고 있는  ‘다양한 모금목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KHC의 계획에 의하면, 1000개 교회와 300만 기도운동 회원, CMS 회원 및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3억원을 모금하고, CBS와 CTS, C 채널 등 언론을 통한 공동 모금 캠페인을 통해 5억원을 모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0개 교회와 300만 기도운동 회원이 과연 존재하는지도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부산 총회 개회를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 CBS 등 방송을 통한 모금 캠페인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모금목표’는 아직까지 허수로 남아 있는 것이다.
 
결국 KHC가 이제까지 잡아 놓고 있는 예산 수입 계획은, 23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고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더 심하게 말한다면, 정부 보조금과 향후 줄어들 교단 부담금을 빼놓고는 사실상 기대할 만한 수입원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KHC의 지출 계획 역시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2억9156만3600원에 달하는 ‘예비비’이다. 이는 총 예산 69억5000만원의 18.6%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비율이다. 게다가 제대로 모이지도 않는 프로그램위원회의 회의비와 식사비가 2억5650만원이나 잡혀 있다.
 
KHC 측에서도 이같은 예산 계획상의 허술함을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30일 열린 총무 회의에 참석한 KHC 측의 한 인사는 교단 분담금 현실화 요구에 대해 “지출 계획이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렇게 치밀하지 못한 KHC이 예산 운용계획이 앞으로 집행위원회를 통해 어떻게 수정되고 또 집행될 것인지의 문제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예산상의 수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업 내용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라는 점에서, 당초 KHC가 계획하고 있던 사업이 어떤 형태로 변경될 것인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것이 사업의 목적이나 의미와 관련된 논란으로 이어질 경우, 그 파장은 훨씬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반도 평화 프로젝트 프로그램의 경우, KHC가 잡고 있는 예산은 2억원이지만, 이 중 국고에서 지원할 예정인 예산은 ‘홍보물 제작’을 위한 8000만원 뿐이다. 이는 평화열차 등의 프로그램에 국고를 거의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가뜩이나 예산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논란을 피해 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교회협과 KHC 사이의 사업 협력 등을 위해 구성된 협력위원회와 실무협의회의 계속 존재 여부가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두 기구의 존재 필요성은 사실상 ‘원인무효’가 됐지만, 앞으로 계속 사업 내용에 대한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두 기구의 존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두 기구의 활동이 논란 등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방향을 정해줘야 할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부산 총회 직전인 오는 10월 셋째 주에나 열린다는 사실, 그리고 실무협의회를 통해 합의된 사항 역시 총무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 등을 감안한다면, 두 기구가 존속한다 하더라고 그 역할은 지금보다 대폭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