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목사
10월 31일은 종교개혁일이다. 마틴 루터로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운동은 올해로 499주년을 맞는다. 500주년을 딱 1년 앞둔 시점이다.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유럽교회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Refo50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종교개혁은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중세 카톨릭 교회의 부패와 면죄부판매, 비성경적인 연옥교리, 물질적·도덕적 타락을 지적하며 ‘기독교의 본질 회복’을 외친 것이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변하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 분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정한 개혁은 본질인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다.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본질로 돌아가는 운동이었다. 기독교의 본질인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을 강조하며 신학을 넘어 유럽 사회의 정치, 경제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마틴 루터는 원래 법학도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기도하고, 금식하면서 천주교의 교리와 계명과 규율을 배웠다. 그리고 1507년에 신부 서품을 받았다. 1510년에 모범 신부로 뽑혀서 5개월 동안 로마를 방문하였을 때 28계단으로 된 “빌라도의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계단에 깔린 유리조각은 고난의 강도를 더 했고 순례자들은 그것으로써 구원과 죄 사함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루터 역시 다른 순례자들처럼 무릎이 깨지고 피가 터졌지만 죄 용서를 구하며 계속 올라갔다. 그러나 고통이 더해가도 마음의 평강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마음에 로마서 1장 17절 말씀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루터는 가슴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어 기어 오르던 계단에서 벌떡 일어나 내려오고 말았다. 의롭게 되는 것이 선행이나 공로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감격에 젖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천국의 문이 열려서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로마 가톨릭은 썩을 때로 썩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면죄부 판매였다. 교황 레오 10세가 로마에 성 베드로 대성당을 증축하던 중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면죄부'였다. 교황청은 면죄부 판매 책임자로 ‘텟젤’이란 독일 신부를 세웠다. 그는 당대의 유명한 학자요. 웅변가였다. 텟젤은 면죄부 판매를 위해서 사람들을 회유했다. ‘이 면죄부를 사는 사람은 죄를 용서 받을 것이요. 연옥에 있는 자를 위해 사면 그 은화가 헌금함 속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순간 곧 천국으로 올라갑니다.’ 텟젤이 루터가 있는 비텐베르그에 왔을 때, 루터는 기막힌 사기꾼들의 쇼를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95개 조항의 잘못된 관행을 적어서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의 회개를 촉구하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종교개혁자들의 후예들인 한국 개신교회가 21세기에 들어와서 종교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을 하자고 개혁한 교회들이 이제는 그 개혁의 중심 대상이 되어버렸다. 사회는 거세게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교회의 본질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렸고, 성도가 성도다움을 잃어버렸고, 목회자가 목회자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다. 말씀 안에 교회의 본질이 있다. 그래서 종교개혁자들은 한결같이 말씀으로 돌아가자고 외친 것이다. 열왕기하 23장에 나오는 요시야 왕이 바로 그런 개혁자중에 한 사람이었다. 요시야는 성전을 수리하고, 모세의 율법을 온전히 지키려고 하나님이 가증히 여기시는 것을 다 제거하고, 새롭게 유월절을 지킨다. 이런 요시야를 성경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요시야와 같이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며 힘을 다하여 모세의 모든 율법을 따라 여호와께로 돌이킨 왕은 요시야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그와 같은 자가 없었더라”(왕하23:25)  요시야 왕처럼 하나님 말씀을 지킨 왕이 요시야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큰 칭찬인가? 무엇이 그를 위대한 왕으로 만들었는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말씀을 이루려고, 모세의 모든 율법을 따라, 잘못된 길에서 여호와께로 돌이켰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총체적인 신앙의 위기 속에서 거센 개혁의 요구 앞에 서 있다.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일이다. 개혁은 시스템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개혁이다.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 개혁이다. 진리에서 벗어난 것을 고치는 것이 개혁이다. 본질에 덧칠된 것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개혁이다. 말씀으로 돌아가, 하나님을 우리 삶의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 사람이 중심 되었던 교회를 하나님 중심의 교회로 바꾸어야 한다. 지역사회 속에서 칭송 받는 교회, 열방을 품는 교회,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교회,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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