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데일리굿뉴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박 대통령의 비극은 경제민주화의 폐기에서 잉태됐다. 지난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였다. 경제민주화는 한국이 오늘의 고도산업 국가로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했던 문제다. 그로 인해 사회 구석구석에 농축된 부조리와 부패, 불평등과 불균형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문제제기이자 해법이었다. 장기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기침체와 저성장 국면을 탈출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도 꼭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그 기회의 문을 봉쇄하고 거꾸로 되돌려버린 패착이 원성을 쌓았다. 참고 참았던 원망이 퇴진의 함성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배반한 배경에는 재벌기업들과의 담합이 작동했다. 박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창조경제혁신센터, 청년희망펀드 등을 만드는 명분으로 기업들로부터 2,164억 원을 강제로 모금했다. 반대급부를 약속하고 모금했든, 정치적인 보복이 두려워 출연했든 분명한 것은 정치와 경제의 부당한 유착이다. 재벌기업들로부터 수천억 원을 지원 받은 대통령이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그래서 폐기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명분 있는 국가적 사업에 얼마든지 정부예산을 투입할 수 있음에도 기업에 손을 벌렸다. 정경유착이 만들어 내는 결과는 불공정으로 나타난다. 과실은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에 돌아가고 빚과 부담은 국민의 몫으로 남겨진다. 바로 서민 중산층이 피해자가 된다. 

경제민주화 역주행 결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가구소득이 추락했다. 가구소득 증가율이 2012년에는 6.1%에 달했다. 박 정부 출범 1년 만에 2.1%로 떨어졌다. 2014년에는 1.6%, 올해 1분기와 2분기 증가율은 0%대다. 실업률은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한다. 일자리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 숫자는 2012년 약 591만 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665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노동자의 40%에 육박한다. 비정규직 증가율은 2014년 32.4%, 2015년 32.5%, 올해는 32.8%다. 이 지표들의 다른 의미는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경제의 공정성 회복과 불균형 극복이다. 이를 통해 왜곡된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훼손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기회의 균등으로 시작하고 결과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박 대통령은 약속했던 이 시대적인 소명을 거부했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저서 ‘경제인의 종말’에서 지적했다. 불공정하고 균형을 잃은 경제는 개인과 집단, 공동체 전체를 폐쇄적이며 공격적으로 변화시켜 위기로 빠뜨린다. 지금 세계는 대 변혁의 물결에 출렁이고 있다. 부의 양극화와 불공정, 기회의 불균형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타고 반세계화, 보호무역주의로 나타났다. 대외 무역에 경제의 80%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실체적 상황이다. 무능한 리더십, 부패한 정치, 철학도 원칙도 없는 정책에 한국이 표류하고 있다. 지도자들이 떨어뜨린 국가의 품격을 광화문의 100만 민주시민들이 끌어올리고 있다. 평화 시위와 질서 있는 저항은 세계의 언론을 감동시켰다. 그들은 속으로 삼키는 우리의 눈물, 울음소리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언제까지 더 속울음을 삼켜야만 할까? 대한민국은 지금 많이 아프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내일신문 11월 25일)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