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4년 6개월을 선고 받은 박성배 목사의 판결문이 공개됐다. 판결문에선 박 목사가 교단과 재단의 재정을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 있었는지 드러나 충격을 준다.
 
▲박성배 목사가 선고심을 열리는 법정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박 목사는 4년 6개월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데일리굿뉴스
 
인사권 쥐고, 회계 등 제반 업무 '독점'
 
교비와 재단의 돈을 빼돌려 도박에 탕진한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 선고 받은 박성배 목사.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서대문 총회에서 1999년 총무를 시작으로 제1부총회장과 총회장, 순총학원 이사장을 역임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22일 진행된 박성배 목사 선고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박 목사가 교단 재산과 신학교 교비를 마치 '사금고'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김동아)는 순총학원과 교단의 재정이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운용되었다"며 "기하성 재정 또한 투명하게 관리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했다.
 
박 목사가 오랜 시간 동안 교단의 인사권과 의결권을 독점하면서 각 기관 주요 요직에 소위 '자기 사람'을 앉혔기 때문에 이 같은 전횡이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함께 기소된 전광섭 목사와 판결문에 자주 거론된 최순희 권사가 있다. 전광섭 목사는 박성배 목사의 매제이고, 최순희 권사는 제천 순복음총회신학교 총무처장으로 박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성도순복음교회 권사다.
 
전 목사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순총학원 총무과장,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재판부는 전 목사에 대해 "박성배 지시를 받아 순총학원 및 순복음총회신학교, 순복음대학원대학교의 법인 인감, 이사장 직인, 총장 직인 등을 보관하면서 재무ㆍ회계업무 등 제반 업무를 담당하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목사는 순총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해 교육부에 제출하거나 직권을 남용해 재단법인 기하성의 계좌를 관리하기도 했다.
 
순총학원 정상화 '난항'…"총회 차원의 대책 마련해야"
 
이 과정에서 예산의 집행과 감시를 담당하는 순총학원 이사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학교법인의 예산ㆍ결산ㆍ차입금 등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가 심의ㆍ의결해야 하나 순총학원 이사회는 거의 기능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들의 회계운영에 대하여 내부적 감시ㆍ견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관선이사로 파견된 이정근 순총학원 이사장(영남대 교수)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이사장을 수락했는데, 막상 와보니 임시 이사회 성격상 정관 변경도 할 수 없고, 실질적인 권한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학교, 교수, 총회 각 주체들이 소송으로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총회가 나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하성 서대문 총회 소속 목회자들은 교단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순총학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송시웅 목사는 "박성배 목사라는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학교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총회 차원의 대책 마련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총회 일각에서는 "이제 총회는 정상화의 기초를 다시 놓아야 한다"며 "이번 판결에서 나타난 정치권력의 독점구조, 재정의 불투명성, 비선 농단 등을 뿌리뽑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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