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는 촛불 민심이 이제 2백 만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들의 시국 관련 망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연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이들의 막말도 잇따르며 한국교회 전체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실을 바라보는 기독교인들의 발언,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기독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사회적 비난 불러와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다 꺼진다”(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정치는 여러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하던 공부만 하면 된다”(이봉진 자라코리아 사장)
“촛불시위 데모…국정이 흔들리며 나라 위험해져”(김영식 천호식품 대표)

 
현 시국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유명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외에도 국민들의 여론을 역행하는 듯한 발언은 각계 인사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가뜩이나 들끓은 민심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기독교인들 역시 크게 한 몫을 담당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늘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해온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얼마 전 탄핵을 주장하는 당내 의원들을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와 예수를 판 가룟 유다에 비유해 논란이 됐다. 발언 직후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와 비교하는 것이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200만에 가까운 국민들이 참여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일부 목회자 및 신학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은 이어졌다.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지난 달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촛불집회를 "국정 혼란 세력의 총동원령"이라고 폄하했고, “(촛불집회 참가자는) 자발적으로 모인 게 아닌 조직 동원된 사람들이다. 모두 종북 세력”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근거 없는 ‘12월 전쟁설’을 유포하며 교계 안팎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홍혜선 전도사(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올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사진에 “5만 원 받고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내란선동하는 좌파빨갱이들”이라고 표현해 질타를 받았다.
 
또한 장신대 김철홍 교수(신약학)는 학교 홈페이지에 남긴 ‘주술에 빠져 악령이 든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인가 아니면 누구인가?’라는 글에서 최순실 씨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에 더해 “집회 나갔다가 세상 하직할 수도"라는 다소 편향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을 펼쳐 학생들과 다른 교수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유명 가수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잘 알려진 윤복희 씨의 글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윤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내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기도를 들으소서”라며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쳐주소서"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내용 중 ‘빨갱이 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이라는 부분에 대해 현 시국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그에 대한 비난을 쏟아 놓고 있다.
 
"개인적 신념, 기독교 가르침인양 오용 말아야"
 
 ▲이장형 교수

문제는 이와 같은 기독교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단지 개인 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좋지 못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데 있다.
 
기독교인들의 발언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지난 세월호 참사 때도 일부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견 표출에 대해서는 민주사회에 있어 자유가 보장돼 있는 만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느냐에 관한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독교윤리연구소장 이장형 교수(백석대 기독교학부)은 “책임지는 태도의 일차적인 모습은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 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은 시민으로서의 자유이자 책임”이라면서도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대중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의견 피력에 앞서 한 번 더 깊게 생각하는 사려 깊은 태도로 국가와 공동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하며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개인적 신념이나 이념에 따른 의견과 입장을 마치 기독교의 가르침이나 의무라고 말하게 되면 기독교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경에 대한 부적절한 인용과 자의적 해석은 성경의 권위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만큼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형사건 때마다 터지는 기독교인들의 망언. 소외된 이웃의 편에 서 낮은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한국교회가 오히려 약자들의 힘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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