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교회에 대한 만족도

지난 9월에 필자가 속한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으로 ‘평신도의 교회 선택과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인구센서스 종교부문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개신교인들의 동향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곧 평신도들은 교회를 선택할 때 어떤 요소들을 중시하며 또한 선택한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평신도들의 교회에 대한 선호도뿐만 아니라 교회 생태계와 지형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연령별로 20대와 직업별로 블루칼라(사무직이 아닌 현장 노동자)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출석 교회에 대한 만족도를 살펴보면, “예배 분위기”가 가장 높은 65.2%의 긍정률을 보였고, “담임목사” 62.2%, “교회 시설”이 59.2%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만족도는 58.4%로 대체로 낮은 수준이었다. 5점 척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값으로 보면, 전반적인 만족도는 66.4로 나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특히 2012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 결과인 77.5%보다 20%p 이상 하락하여 성도들의 교회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담임목사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전반적인 만족도는 ‘한목협’ 조사 결과인 82.3%보다 20%p 이상 낮은 59.9%였다. 100점 평균 점수는 68.8로 역시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20대는 교회에 대한 만족도나 목회자에 대한 만족도에 대하여 모든 연령층 중에 가장 낮은 만족도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긍정률은 평균보다 10%p 이상 낮은 44.7%에 불과하였고, 100점 평균도 62.6으로 가장 낮았다. 이들이 특히 불만족스러워 하는 항목은 사회봉사와 구제(만족률 37.8%, 55.6점), 지역사회와의 관계(만족률 31.1%, 52.7점), 전도와 선교(만족률 36.1%, 54.9점), 자녀 교육환경(만족률 33.3%, 53.4점)으로 모두 낙제점을 주었다.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또한 직업별로는 블루칼라에 속하는 성도들에게서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낮게 조사되었다.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긍정률 45.3%에 100점 평균은 61.5였다. 항목별로는 20대와 마찬가지로 사회봉사와 구제, 지역사회와의 관계, 전도와 선교, 자녀 교육환경에 낙제점을 주었고, 한 가지를 더해 성도간의 교제도 낙제로 평가하였다. 마찬가지로 경제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에서도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만족도가 전체적으로 낮게 나왔다. 20대와 블루칼라는 교회를 떠날 의향에서도 50% 안팎의 높은 긍정률을 보였다.

이것은 봉사활동에서도 나타나는데, 경제수준에 따라 봉사활동의 참여율이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왔다. 경제 수준이 중간인 사람은 참여율과 비참여율이 절반 수준으로 거의 같았고,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은 10%p 가량 차이가 났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가 32.7%로 모든 직업 중에 가장 낮았고, 평균보다 15%p 이상 낮았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교회 봉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데, 이들이 교회 활동의 주류를 형성하고 저소득층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교인들은 교회에서 비주류로 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실제로 이들은 주일 성수율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저소득층과 블루칼라에 대한 목회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교회를 떠날 의향

앞으로 교회를 옮길 의향에 대해서는 절반을 겨우 넘긴 55.0%만이 계속 다니고 싶다고 응답하였고, 28.0%는 떠날 생각이 다소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4.8%는 떠날 생각이 매우 많다고 응답하여 현재 교인들의 3분의 1이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것은 ‘한목협’ 조사에서 96.5%가 계속 다니고 싶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이다. 20대에서 계속 다닐 의향은 40.6%에 불과(떠날 의향은 42.1%)하였는데, 이들의 교회에 대한 만족도나 목회자에 대한 만족도에 대하여 모든 연령층 중에 가장 낮은 만족도를 나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로 여겨지며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마찬가지로 블루칼라에서도 교회를 계속 다닐 의향은 40.2%에 불과하였고, 절반을 넘는 50.2%가 교회를 떠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경제수준하고도 상관관계가 있었는데, 상류층과 중간층에 해당하는 교인들은 60% 이상이 교회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응답했으나 하류층에서는 44.4%만이 계속 다닐 의향이 있었고, 38.6%가 떠날 의향을 나타내었다. 이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적으로 높게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의 주류로 활동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부에 머물며 교회를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통계 결과이다.

교회를 떠난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61.3%만이 다른 교회에 나갈 것이라고 응답하였고, 22.1%는 개신교인으로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5.3%는 다른 종교로 갈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32.8%의 교인이 교회를 떠날 가능성이 있고, 그 중의 61% 가량만 다른 교회에 출석하고 22%(전체 교인의 7% 정도)는 비교인 일명 가나안 성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것은 교계에 1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가나안 성도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보여주는 통계 결과이다.

가나안 성도가 될 의향은 남성, 20대, 블루칼라, 51-100명 규모의 교회, 장로/권사/안수집사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앞에서 살펴본 교회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직자에게서 이러한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가나안 성도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명목적 신자들이 가나안 성도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열심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가나안 성도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교인 이탈 증가 현상에 대해 교인이 떠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떠나는 사람 자신(10.8%)보다 교회(73.8)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것은 연령과 비례하여 60대 이상은 81.4%가 교회의 책임이라고 응답하였고, 장로/권사/안수집사 등 중직자들 역시 83.8%가 같은 응답을 하였다. 가나안 현상에 대하여 떠나는 사람 자신의 문제이고 심지어 이들이 교회 반대 세력이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평신도들의 상당수는 반대로 이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하는 교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타내는 결과이다.

건강한 신앙공동체를 위하여

이번 조사에서는 교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교회 생활에서 만족이라는 것은 단순히 상품에 대한 만족과를 다를 것이다. 상품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소비자로서 평가하는 것이지만, 교회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성도는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교회를 평가하려는 태도보다 스스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흔히 교회를 신앙공동체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단체나 조직이 아니라 공통의 의식과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유기체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말이다. 이러한 공동체는 어느 한 사람이나 소수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목회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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