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자니아에서 사역하던 한 선교사의 성추행 사건이 전해지면서, 종교인 성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기윤실이 22일 개최하는 종교인 성범죄 토론회는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공론화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 성범죄를 타개할 대안의 출발점은 무엇인지, 선교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201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전문직 중 성폭력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총 5,261명이다. 이중 종교인은 681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직 성범죄자 중 종교인 681명으로 가장 많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전문직 중 성폭력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총 5,261명으로 이중 종교인은 68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의사 620명, 예술인 406명, 교수 182명, 언론인 82명, 변호사 30명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인 성폭력 범죄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간 및 강제추행' 636명, '카메라 등 이용 촬영' 32명, '통신매체 이용 음란' 12명 순이었다. 2013년 6월에 시행된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죄'로 검거된 인원도 1명 있었다.
 
지난 8월 청소년 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를 시작으로 '이주 노동자의 아버지' 김해성 목사(중국동포교회)마저 성추문으로 교회를 사임하는 일이 발생했다.
 
두 목회자가 남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예수전도단 소속으로 탄자니아에서 사역 중인 최재선 선교사가 2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었다. 탄자니아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뉴비전스쿨을 운영한 최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바바초이'라고 불리며 존경을 받아왔다. '바바'라는 말은 탄자니아 말로 '아빠'라는 뜻이다.
 
피해자 A씨는 2015년부터 뉴비전스쿨에서 1년간 봉사자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 선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수 차례 원치 않은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예수전도단 대표 박석건 목사는 "소속 선교사를 잘 지도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사과문을 발표한 한국예수전도단은 △최재선 선교사의 선교사 파송을 취소한다 △탄자니아YWAM에서 모든 직임과 활동을 중단한다 △국내에 모금 활동, 모집 활동 등 일체 활동을 중단한다 △이번 일에 관련하여, 한국예수전도단 선교 본부는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범죄 해결에 소극적인 종교계…법률적 대책 마련 시급"
 
끊이지 않는 종교인 성범죄와 관련 선교전문가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침을 놓았다. 선교사 책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재구축돼야 한다는 것.
 
미션파트너스 대표 한철호 선교사는 "그 동안 한국교회가 선교사 파송에 열심이었는데, 이제는 좋은 선교사를 선발하고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할지를 고민할 때가 됐다"며 "단시간에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선교사 책무를 강조하고 현장에 대한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OMF선교회 동원담당 손창남 선교사 역시 선교 현장을 관리ㆍ감독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사고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손 선교사는 "필드를 관리ㆍ감독할 수 없다면 선교사를 파송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지금이라도 각 교단 선교부나 단체에서 선교사 선발부터 돌봄에 이르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기독법률가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여성가족위원장), 권미혁 의원과 함께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의 실태와 법률적 대책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 토론회는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오는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진행된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회장)가 ‘종교인 성폭력의 실태와 과제’, 김병규 변호사(기독법률가회)가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에 대한 검토’를 주제로 각각 발제한다. 발제 후에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관계자가 나와 종합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기윤실 관계자는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엄격해야 할 종교인이 성폭력범죄는 가장 많이 저지르고 있다"며 "종교계의 폐쇄적인 특성상 자체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가운데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어, 법률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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