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전국에서 이어지는 기부 소식이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나 올 겨울 풍경은 사뭇 다르다. 추운 날씨 만큼이나 꽁꽁 얼어 붙은 사회 분위기 속에 소비도 기부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 무겁게 가라앉은 연말연시 현장을 둘러봤다.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로 소비와 기부가 줄면서 상인들과 소외이웃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사라진 연말특수…상인들 '울상'
 
서울 여의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권현상 씨(47)는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송년 모임이 좀처럼 없다"며 "최근 손님이 급격히 줄면서 매출이 작년에 비해 60% 이상 감소했다. 올해 유독 소비가 얼어붙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세계적인 경기불황과 더불어 지난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과 대통령 탄핵 정국, 사상 최악의 AI까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연말특수까지 사라지면서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나 하락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계 실질소득도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줄었다. 서민들은 쌀이나 의류 등 기본 생필품 소비까지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성구 이사장이 20일 열린 김장나눔 행사에서 "기독교인들이 나눔과 기부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데일리굿뉴스

'기부한파' 극복 위해 기독인 적극 나서야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예년 같으면 줄을 이었을 도움의 손길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허동수) 사랑의온도탑은 21일 현재 전국 기준 17.8도, 약 638억 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43.3도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로, 전년 대비 750억 원 정도 줄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도 작년 450만 장을 기록했던 연탄 기부가 올해는 300만 장을 조금 넘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기복 대표는 "올해 연탄 기부가 작년과 비교했을 때 30% 감소했다"며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들은 적어도 4월까지 연탄을 떼는데, 올해는 연탄 기부가 줄어 매일 난방비 걱정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들의 무료급식을 책임지는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이사장 이선구 목사)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선구 이사장은 "올해는 특히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시국이 혼란스러워 많은 사람들이 몸을 사리는 것 같다"며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들은 기부가 줄어 존폐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부한파를 극복하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이사장은 "성탄의 의미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자는 것인데, 이럴 때일수록 크리스천들이 나눔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 나라의 관심이 정치와 사회 이슈로 쏠리면서 우리 주변의 소외이웃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번 성탄절은 그 어느 때보다 기독교인들의 따뜻한 온정과 사랑 실천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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