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린 말 많고 탈 많은 1년이었다. 교계 일각에서는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러운 일들도 행해졌다. 이에 본지는 기독교계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목회자 살인사건, 성범죄 사건 등 올해도 한국교회에서는 부끄러운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데일리굿뉴스

부천 여중생 사망사건…교계·사회 모두 ‘경악’
 
지난 2월 교회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부천 여중생 사망 사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이자 서울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목사 부부가 자신의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간 시신을 방치한 사건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경위가 속속 밝혀지면서 일반 시민들은 물론 교계 목회자와 평신도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신대를 비롯한 신학교 교수와 목회자들은 각각 자신의 SNS와 설교를 통해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회개하고 돌이켜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총신대 김희석 교수는 “학교에서 신학과 경건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은혜와 소명이라는 이유를 들어 목회자로 배출한 까닭에 이런 일이 벌여졌다”며 “특히 잘못을 범한 목회자를 마땅히 권징해야 함에도 목사를 살려야 한다고 면죄부를 준 게 사건을 부추긴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 목사 부부는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당시 “너는 이제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됐구나. 우리가 너를 아픔과 고통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고 보고픈 엄마를 만나 행복하길 바라”라며 숨진 여중생에게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목회자 성범죄 여전…‘도박 목사’ 민낯도 드러나
 
목회자들의 성범죄는 이제 매년 오르내리는 교계 이슈가 돼 버렸다.
 
올해는 유명 청소년 사역단체인 ‘라이즈업 무브먼트’의 대표 이동현 목사가 소속 여고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후 이동현 목사는 라이즈업 무브먼트 대표직 등 단체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또 이주 노동자들의 대부로 불렸던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가 교회 여 집사들을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목사직에서 사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목사의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헌법에 따르면 자의로 사직한 목회자는 1년 이후 노회원 2/3 이상의 허락을 받아 복직할 수 있게 돼 있어 1년 뒤 복직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는 여성도 성추행으로 수년간 물의를 빚어 온 전병욱 목사가 소속 노회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로부터 ‘강도권(설교) 정지 2개월, 공직 정지 2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교회인 삼일교회는 평양노회의 처벌에 반발하며 지난 9월 제101회 합동 총회에 상소를 올리기도 했지만, 총회대의원들의 반대로 해당 안은 기각됐다. 합동총회 정치부는 “권징조례는 사람을 살리는 것에 있다. 전병욱 목사는 이미 평양노회에서 시벌을 받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서대문 측 총회장을 역임한 박성배 목사가 교단과 총회신학교 재정을 카지노 도박에 사용했던 전력이 드러난 일은 한국교회의 민낯을 온 사회에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은 꼴이 됐다.
 
이번 사건으로 박성배 목사는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박성배 목사 주장대로 해당 재정을 학교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고 보기엔 근거 자료가 불충분했다”며 “돈을 인출한 시점과 카지노(워커힐, 강원랜드) 출입 날짜, 회원 마일리지 기록 등을 보면 횡령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보다 영적 성찰 이뤄져야”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발성으로 일이 터져서 뭐라 변명하기 힘들 정도로 부끄럽다”며 “올해는 개신교인 전체가 자괴감을 가질 정도로 힘든 해였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한국교회에서 이러한 모습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교회 내 자정 장치가 그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사전에 막을 수는 없다 해도 사후 처리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모두가 수용할만한 결과를 도출해냈다면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017년에는 한국교회가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는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종교개혁 당시 성직자들은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면죄부와 성직 매개 등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였다”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도 그 당시 성직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양 대표는 “대형 행사나 학술대회만으론 종교개혁을 기념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자신의 영적 수준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을지 대안을 찾아가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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