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로 움직이는 목각인형 '마리오네트'. 국내 유일한 마리오네트 전문가인 극단 '보물'의 김종구 대표가 나무를 직접 깎고 파내며 목각인형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작은 손길로 목각인형에 생명을 불어 넣으며 마리오네트로 하나님을 전하는 김 대표를 직접 만났다.
 
 ▲국내 유일한 마리오네트 전문가인 극단 '보물'의 김종구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데일리굿뉴스
 
죽을 고비로 가득했던 삶 '인형극'이 제2의 인생 선물
 
충청북도 충주의 한 산골짜기에 위치한 김종구 대표의 작업실. 그의 작업실 곳곳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인형들과 위험한 연장들이 널려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손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전통방식으로 목각인형을 만들고 있다.
 
김종구 대표가 현재 '국내 유일의 마리오네트 전문가'란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려운 경제형편에 택시 운전기사를 하며 공사장에 나가 막일도 마다하지 않는 등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갔다.
 
죽을 고비도 여럿 있었다. 택시 운전을 하다 빗길에 미끄러져 차가 반파되기도 하고, 군고구마 장사를 하다 가스폭발로 얼굴과 눈 각막에 화상을 입는 대형사고를 겪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두 눈에 압박붕대를 감고 3개월 동안 앞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야 했다.
 
"뜻하지 않은 위기가 계속 닥치면서 저는 하나님께 불평하기 보다 '하나님 다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나왔어요. 되돌아보면 제 삶의 모든 부분에 하나님께서 동행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날 주일학교 교사 강습회에 갔다가 운명적으로
 ▲김종구 대표ⓒ데일리굿뉴스
인형극을 보게 됐다. 한 인형극단의 1시간짜리 공연이었는데 작은 인형 하나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모습을 보며 인형극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이후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인형극제에 구경을 갔다가 마리오네트를 접하게 됐다.
 
단단한 나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나무가 사람의 표정을 하며 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하나님 이거 하겠습니다"란 고백이 나왔다고 한다.
 
"인형으로는 디테일한 연기를 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여러 나무 조각들로 복잡하게 구성된 목각인형이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본 순간 꼼짝할 수 없었죠."
 
마리오네트를 하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국내에서는 마리오네트 기술을 배울만한 기관도 전문가도 없었다. 김 대표는 홀로 독일어와 영어로 된 원서를 보며 무작정 똑같이 따라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복잡한 마리오네트의 구조를 이해하기까지 한계가 있었다.
 
결국 김 대표는 아내와 아들을 한국에 두고 마흔 다섯 살이란 늦은 나이에 러시아 유학길에 올랐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러시아에서도 신앙을 꾸준히 지키며 유학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한다.
 
"홀로 러시아에서 공부하면서 정말 내 결정이 옳은 것인가 수없이 고민했어요. 그럴 때일수록 교회를 찾아가 기도를 드렸죠. 예배당에서 늦은 시간까지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를 믿고 나간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김종구 대표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도전했고 졸업할 때는 러시아 교수에게 '최고의 제자'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마리오네트 활동을 준비했다.
 
김 대표는 모든 인형들을 수작업으로 만든다. 직접 인형 도면을 그리고 지점토로 한 번 모델을 만들고 나무에 작업을 들어간다. 칼과 톱 등 연장에 둘러 쌓인 위험한 환경 탓에 김 대표의 왼쪽 엄지손가락은 두 번이나 절단됐다.
 
"손가락을 다쳤을 때 교회 사모님이 오셔서 '하나님께서 그만하라고 하시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손가락이 다쳤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제게 그만하라고 하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손가락이 모두 다치더라고 손목에 나무를 받쳐서 인형을 깎을 거에요."
 
'마리오네트 전문극장' 만들어 문화사역 펼칠 예정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김종구 대표의 열정이 식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열정은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고 고백하며, 극단 보물을 설립하게 된 이유도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고픈 마음에서였다고 전한다.
 
"인형극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어요. 이 점을 활용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극단을 만들게 됐죠. 맨 처음에는 '보리떡과 물고기'란 이름으로 극단을 시작했어요. 인형극 내용도 모두 기독교적인 내용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밖에 있는 물고기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보리떡과 물고기' 각 앞 글자를 따서 '보물'이라고 극단 명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는 국내는 물로 해외 선교지까지 나가 인형극을 선보이며 선교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에는 밀양에 마리오네트 전문 극장을 만들어 문화사역을 펼칠 계획이다.
 
"젊은 시절 하나님께 '제게 넒은 공간을 주시면 아름다운 문화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겠습니다'라고 기도드리곤 했어요. 꾸준히 기도한 끝에 올해에 밀양에 전문 극장을 만들게 됐어요. 앞으로 밀양에서 젊은 시절 제게 주셨던 하나님의 비전을 이뤄나가고 싶습니다."
 
 ▲국내 유일한 마리오네트 전문가인 극단 '보물'의 김종구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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