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았지만 기대감이 없다. 병신년의 먹구름이 아직 그대로다. 새해 같지 않다. 온통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뿐이다. 정부의 올 경제정책의 방향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불끄기식 소방정책 일색이다. 경기부양의 숨통을 열었던 부동산에 발목 잡혔다.
▲김명전 대표이사ⓒ데일리굿뉴스


가계 빚은 줄이지도 늘리지도 못할 처지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34%에 달하지만 구조조정을 놓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새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2.6%다. 잠재성장률 (3.0%)에도 못 미친다.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리더십에 경세제민(經世濟民), 경제는 안중에 없다. 위기의 생산자로 전락했다. 걸림돌이다.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까?

“대통령의 탄핵 상황에서도 국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신기하다” 탈북 외교관 태영호 공사의 말이 위로가 된다. 1인 독재권력의 국가체제에 길들여진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은 아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체제가 버팀목이자 저력이다. 그 원천에는 민간의 역량이 있다. 민간에서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한축인 기업과 기업인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인식이 부족하다. 기업의 투자의지는 실종상황으로 평가된다.

우리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분기별로 적게는 20조원, 많을 때는 3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3분기는 5조 3천억원 뿐이다. 평소의 20% 수준이다. 반면 기업의 빚은 17조원 줄었다. 투자를 하지 않아 돈이 필요 없었다. 빚 갚는데 썼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투자 포기다.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

기업이 깨어나야 한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이 신년사에서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기업이 정치권력에 영합하거나 휘둘린 것에 대한 반성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현실이 반성에 머무를 여유가 없다. 기업들이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마다 권력 앞에 선물처럼 내놓는 게 있다. 투자와 고용계획이다. 전시용으로 끝났다. 권력과의 뒷거래로 해결했다. 주권자이자 경제주체인 시민을 외면해 왔다. 광화문의 촛불이 밝힌 메시지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이다. 살아있는 주권자의 실체를 밝혀 주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국민이다. 기업이 정치권력에 굴종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나라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독재 권력의 앙시앙레짐이 남긴 유산, 정경유착을 끊자.

새해는 정치의 해다. 정치가 국정의 블랙홀이 되기 십상이다. 20년 전 IMF 국가부도 사태의 참혹한 기억을 떠 올린다.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또 다시 권력유희로 나라를 파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간의 역량에 달렸다. 민생을 구제할 리더십은 오직 경제다.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경제의 동력을 만들고, 고용으로 소비를 일으키는 데 앞장설 때다.

독일의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2016년에 일어난 10대 좋은 뉴스 중 ‘한국의 평화적 촛불집회’를 꼽았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이 세계를 밝혔다. 건강한 시민정신의 힘이다. 희망이다. 한국의 기업, 기업인이 경세제민의 시대정신을 발휘할 차례다. 부도덕한 정치권력과 결별하라. 그리고 위대한 촛불정신과 유착하라. 경민유착(經民癒着)이다. 그것만이 한국경제를 희망의 미래로 인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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