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러운 오르겔'로 하늘의 소리 전하고 싶어요"

김주련(giveme0516@goodtv.co.kr)

등록일:2017-01-11 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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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악기의 왕'이라며 극찬했던 악기가 있다. 바로 오르겔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악기지만 유럽에서는 유서 깊은 '교회 악기'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홍성훈 장인이 오르겔을 만들고 있다. '오르겔 바우' 홍성훈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홍성훈 오르겔 바우 ⓒ데일리굿뉴스

기타 배우러 떠난 독일서 오르겔과 '인연'
 
독일에서는 오르겔 장인을 '오르겔 바우'라 한다. '오르겔'은 파이프 오르간의 독일말이고 '바우'는 건축이라는 뜻이다. 오르겔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다' 또는 '건축한다'고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큰 사이즈는 40m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하니 건축한다는 표현도 틀리지 않다.
 
홍성훈 장인은 1986년 기타를 배우기 위해 독일에 갔다가 우연히 오르겔을 보고 오르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오르겔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낀 게 오르겔은 교회 예배를 위한 가장 적합한 악기라는 거에요. 인간의 한계로 그나마 하늘의 소리를 듣게 해주죠. 무형의 공기가 수백 수천개의 파이프로 들어와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요. 인위적인 다른 악기와는 달라요"
 
그는 그가 살던 동네에서 오르겔 장인을 만나 그 밑에서 도제생활을 했다. 4년여의 도제 과정을 지낸 그는 1991년 오르겔 바우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세계적 오르겔 바우 명가인 요하네스 클라이스 오르겔 바우 회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독일에는 오르겔이 약 2만대 정도 있어요. 독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도대체 무엇을 배워야 할까 고민하다 마이스터한테 최대한 현장을 많이 보여달라고 제안했죠"
 
오르겔은 최소 1년의 사전 작업을 통해 소리를 확인하고 분해한 뒤 현장에서 다시 재조립하는 제작 과정을 거친다. 재조립 과정만 2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정교한 부분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어요. 아무리 정확하게 만들어도 어려운 점들이 있죠. 작던지 크던지 1mm의 오차가 생기면 소리가 나지 않아요. 현장에서는 지반의 기울기나 나무의 뒤틀림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모든 기술을 현장에서 배웠다고 할 수 있죠"
 
이후 그는 마이스터 자격을 위해 오르겔바우마이스터슐례에 입학했고 1997년 오르겔바우 마이스터 국가시험에 합격해 마이스터가 됐다. 독일 자국민도 합격하기 힘든 시험에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합격한 홍성훈 장인. 그는 독일에서의 명예와 인정을 뒤로하고 한국 행을 택한다.
 
 ▲홍성훈 장인이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에 제작한 산수화오르겔ⓒ데일리굿뉴스

한국적인 소리와 외형 갖춘 오르겔 제작
 
마이스터 자격증을 갖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그를 반긴 것은 IMF로 인한 경제 불황과 오르겔을 낯설어 하는 한국의 문화적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그는 성공회 소성당부터 임시 막사가 설치된 개척교회까지 20년 동안 총 16개의 오르겔을 한국에서 직접 제작했다.
 
그러나 오르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오르겔을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그가 생각한 것이 '한국다운 오르겔', '한국스러운 오르겔'이다.
 
"독일의 마이스터에게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오르겔은 소리뿐 아니라 조형물로서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서양 문화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오르겔의 외형은 한국의 정서에 맞지 않다고 생각 했어요"
 
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것이 한국의 전통 뒤주를 모티브로 한 오르겔이다. 산과 뻐꾸기, 은하수 등을 넣은 '산수화 오르겔', 매화를 그려넣은 '홍매화 오르겔' 등 한국인 정서에 맞는 외형을 직접 제작했다.
 
"외형도 외형이지만 한국인에게 맞는 소리를 찾으려 노력했어요. 두꺼운 소리가 나면서 안개가 낀 것 같은 저음, 그치만 파워풀한 소리가 한국인에게 맞다고 생각했죠. 제가 한국에서 만드는 오르겔은 소리와 외형 모두 한국인에게 적합한 오르겔이라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새로운 오르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홍성훈 장인. 마지막으로 그는 오르겔 문화가 한국에도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하늘의 소리를 듣는 날이 오길 소망했다.
 
"오르겔은 파이프가 합쳐지면 합쳐질수록 밝은 소리가 나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영적인 소리,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개체는 오르겔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구에게나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래요"

한편 홍성훈 장인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중심에 있는 생명의말씀교회에 기증할 오르겔을 제작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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