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실을 점거했던 재학생 일부가 재판을 받게 됐다. 기소된 학생들은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진 감금 주도한 학생 5명 기소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정영학)는 지난 5일 특수감금 등 혐의로 한신대 재학생 24명 중 19명을 기소유예 처분하고 5명을 기소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학생들은 지난해 3월 31일 신임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실을 약 19시간 동안 점거하고, 이사 10여 명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된 학생들을 비롯해 한신대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 선출을 앞두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총장 선출을 주장하며 사전 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반영해줄 것을 이사회에 요청했다.
 
당시 사전 투표에선 류장현 교수가 압도적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하고 연규홍 교수, 강성영 교수, 최성일 교수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사회는 사전 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총장 선출을 강행했다. 이사회 결과, 사전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강성영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됐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지난해 9월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1회 정기총회에서 강성영 총장서리 인준이 부결되고 이사회 사퇴와 총장 선출에 관한 정관 개정을 결의해 '한신대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당시 이사회는 소위 '감금 사건' 이후 관련 학생 40여 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하했지만, 경찰은 "수사는 별개"라며 인적 사항이 확인된 24명을 조사해 지난해 7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학생들을 동원해 이사진 감금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5명만 기소했다"며 "이들 중 2명은 이사진 감금과 별도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장애인 주최 집회에 참여해 불법 집회를 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한신 민주화 위해 계속 싸우겠다"
 
기소된 학생들은 8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총회 결의사항인 한신학원 이사회 퇴진과 함께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채수일 전 총장(현 경동교회 담임목사)의 학내구성원 탄압과 학내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단식, 각종 시위와 서명운동 등으로 쉴 새 없이 싸워왔다"며 "한신학원 이사회는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임하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총장권력을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학내구성원의 자치가 회복, 강화되어 진보적인 한신의 학풍과 학내 민주적인 구조가 세워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민주화를 위한 학생모임'은 10일 채수일 전 총장을 현 사태의 원인제공자로 규정하고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학생모임은 "한신대 최초의 연임 총장으로서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떠나면서 학내 구성원에게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며 "총장의 부재로 일어날 혼란 따위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떠남으로 인해 이사회의 독단적 총장선출과 학생 사이의 비극적 충돌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장 재임 당시 일었던 재정 의혹과 현 경동교회 부목사인 박연길 목사(채 전 총장 비서실장)의 폭력 논란에 대한 해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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