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워 시집을 못 냈던 한 무명시인을 위해 블로거들이 힘을 모아 시집을 펴냈다. 14일 지역 문화계에 따르면 곡성 출신으로, 춘천에 사는 이경애 씨가 블로그 이웃들의 도움으로 첫 시집 <견고한 새벽>을 출간했다.

1960년 곡성에서 태어난 시인은 초등학생 4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가,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떠난 뒤 고향을 떠나 살아왔다.

이후 서울의 한 대학을 중퇴하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을 꾸려왔던 이 씨는 2013년 53세의 나이에 현대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2013년부터 '달숨'이란 이름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이 씨는 매일 시 한 편을 블로그에 올렸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입소문이 나며 불로그 이웃들이 그녀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

감성적인 시어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생계 때문에 시집을 내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블로거들은 그녀를 위해 시집을 낼 수 있도록 십시일반 도왔다.

해남에 사는 한 블로거는 자신이 만든 목각 작품을 경매에 내놓고, 다기를 만드는 블로거는 찻잔을 선뜻 내놨다. 다른 블로거들은 시집을 몇 권 예약 구매하는 것으로 도와줬다.

결국 300여 편의 시 가운데 100여 편이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이경애 시인의 <견고한 새벽>ⓒ데일리굿뉴스


시집 발간에 참여한 한 블로거는 "이경애의 시를 읽으면 영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 갑자기 눈물이 왈칵 맺히고 가슴에 오래 남는다"며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 곁에 두고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생활에 쫓겨 시집을 낼 엄두조차 못 냈는데 블로그 이웃들이 시집 발간을 제안을 해와 깜짝 놀랐고 눈물이 났다"며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지만, 따뜻한 마음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학력도 짧고 시를 전공하지 않아 논리는 없지만 시는 동감(同感)이라고 생각한다"며 "단 한 사람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고 함께 느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천세진 시인은 "이경애 시인의 그리움은 낭만과 여린 감상으로는 잴 수 없는 생의 고락에서 탄생한 것이어서 그의 시에 대한 공감은 견고한 아픔을 동반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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