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는 한국교회 통일운동의 첫 걸음으로 지속적인 '사랑'과 '섬김'의 실천을 꼽았다.ⓒ데일리굿뉴스 
 
박종화 목사는 지난 2015년 경동교회 담임목사 은퇴 이후에도 한국교회 내 통일운동 확산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해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도 분단체제 극복과 ‘통일’이라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 목사는 서독 교회가 동독 주민들을 섬겼던 것처럼 한국교회가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일의 방법? 서독 교회의 섬김에서 찾아라”
 
박 목사가 통일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의 목회철학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대표하는 경동교회에서 16년을 섬겨온 박 목사는 평생을 '화음(和音)의 목회'를 추구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성도들과 호흡하며 소통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민간차원에서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를 매개(媒介)하는 역할을 감당할 것을 주문했다.
 
“통일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과 노력이 있고, 교회처럼 민간차원에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통일의 주체인 남북 주민들의 마음을 통하게 하고, 서로의 애환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한신대와 연세대 신대원을 거쳐 1976년 독일 튀빙켄대 수학하면서 6년간 협동선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박 목사는 “한국교회는 동독 주민들의 마음이 변할 때까지 끊임없는 사랑을 베풀어준 서독교회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독일 통일에 있어서 당시 서독 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독교회는 정치나 이념을 뛰어넘어 동독 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동독 정부가 자신들의 아픔을 해결하지 못할 때 끝까지 도와줬던 것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았던 거죠. 한국교회 역시 서독교회의 본을 따라 북한 주민들을 섬겨야 합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는 북한 주민들을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다”며 “동독 주민들이 서독교회의 사랑과 섬김을 잊지 않고 통일로 화답했듯이, 한국교회도 북한 내부에서부터 조용한 혁명,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온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이 이루어지는 과정 가운데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 박 목사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뜻을 상황이 어렵더라도 실천하자는 것”이라며 “사람의 마음은 총칼이 아니라 사랑으로만 변화된다. 핵무기나 전쟁으로는 통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
 
박 목사는 남북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해방 이후 역대 정부의 일관성 없는 통일 정책을 꼽았다. 특히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 들어 민간차원의 교류를 중단시킨 점은 평화통일의 동력을 상실시킨 중대한 실수로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지난 정권에서는 남북한 민간교류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히려 무시하거나 간과했고, 정부 차원의 통일만 통일이라는 강박관념마저 있었습니다.”
 
박 목사는 “설사 정부 간의 관계가 조금은 어려워지더라도 민간차원의 교류는 계속 지속됐어야 했다”며 “개성공단마저 폐쇄시켜 그나마 간신히 붙잡고 있던 북한과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 통일 정책의 시작을 마련했던 빌리 브란트 총리는 사민당이었고, 통일 시대를 연 헬무트 콜 총리는 기민당이었다”며 “독일은 통일을 좌우나 이념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큰 틀은 유지한 채로 일관성 있게 펼친 정책으로 통일의 밑거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종화 목사는 한국교회 내 통일운동 확산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 통일이라는 미래가치에 투자해야”
 
지난해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평통연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 목사는 한국교회 내 통일운동 확산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기독교 내부적으로나 대사회적으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통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은데, 어떤 통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는 이는 많지 않는 것 같습니다. 폭넓은 관점에서 통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 필요한데, 평통연대가 소통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한편, 소통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일에 힘쓰려고 합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는 통일이라는 미래 가치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큰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교회답게 하면 된다. 이웃사랑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목사는 “다음세대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된 한반도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분단이라는 아픔을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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