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김모 선교사는 설 명절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공안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린 딸, 아내와 함께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짐을 꾸린 그는 파송 교회에 연락해 상황을 알린 후 공항으로 향했다. 그나마 그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대부분 갑작스럽게 급습해, 모여 있는 사역자들을 한꺼번에 체포하고 내쫓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국 선교사 추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데일리굿뉴스

선교사 30여명 한꺼번에 추방되기도

최근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교사들의 추방이 잇따르고 있다. 추방된 선교사의 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지린성에서 한국인 선교사 32명이 한꺼번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탈북민들이 브로커에 의해 팔려가지 않도록 집에서 보호해주는 일을 주로 해왔다. 중국 당국은 이들이 종교법상 금지된 선교활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붙잡힌 선교사와 가족 등 60여 명은 한 달 후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연변 지역에 거주 하고 있는 한 선교사도 올해 초 가족과 함께 붙잡혀 밤샘 조사를 받고는 일주일후 추방당했다. 그는 “10년 넘게 품어온 사역지를 두고 오려니 발길이 돌려지지 않아 몇 번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선교사 추방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 선교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당국이 선교사를 추방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대거 추방하는 것은 분명 강경 조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ㆍTHAAD)에 대한 보복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전호중 총무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떤 사역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달에 중국은 전체종교국장회의를 통해서 종교법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정책에 의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사드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가 선교사들에게 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로교 교단 소속 A선교단체는 “단지 사드 문제로만 볼 수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드로 인한 반한(反韓) 감정이 정치·경제·문화를 넘어 NGO교류(선교사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쉼터와 정신적 피해 돌볼 수 있는 시스템 필요

무엇보다 갑작스런 추방 통보로 선교지를 쫓기듯 떠나온 선교사들이 충격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선교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이 한국 선교사를 추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선교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긴장(추방)과 이완(선교 활동 눈감아주기)을 반복하면서 기독교 팽창을 억제 해왔다는 게 현지 사역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으로 돌아온 선교사들이 정신적 피해를 최소화 하고 다시 사역지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편안히 쉴 수 있는 거처와 정신적 충격을 보듬을 수 있는 상담이 우선적으로 병행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선교단체에서는 갑작스럽게 들어온 선교사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를 물색하기 위해 긴급기도제목을 올리고 있다.

KWMA 전호중 총무는 “비자발적인 추방은 특히나 심리적, 정신적 충격을 키운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해 심리적 상담 등을 지원해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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