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이병호 선교사의 딸 하민이(10)는 범혈구감소증이라는 희귀병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규칙적으로 수혈을 받지 않으면 계단 조차 제힘으로 오를 수 없다. 지난해엔 안구 출혈로 한쪽 시력도 잃었다. 최근 병세가 악화돼 골수 이식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울 주고 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골수기증자를 찾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막막한 상황이다. "하민이를 통해 하나님을 증거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이 선교사를 직접 만났다.
 
 ▲병원에서 의젓하게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하민이 ⓒ데일리굿뉴스

안구 출혈로 한 쪽 시력 잃어
 

올해로 10살이 된 하민이. 하민이는 여느 또래와 다를 것 없이 언니와 뛰어 놀고, 함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수혈에 의존하지 않으면 걷고 뛰는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하민이가 싸우고 있는 범혈구감소증은 지혈작용을 하는 혈소판이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져 몸 안의 핏줄이 터지고, 멍이나 작은 반점들이 생긴다. 팔과 다리를 비롯해 심할 경우 머리의 핏줄이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민이는 지난해 10월, 눈동자 정 중앙에 있는 핏줄이 출혈을 일으켜 현재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이병호 선교사(Global Partners 선교회)와 가족들은 2013년 중간보고를 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가 하민이의 병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하민이의 상태가 좋아지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안구 출혈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
 
"어느 날 하민이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급히 한국으로 들어가려고 공항에 갔는데 아이 상태가 심각하다며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거절 당했어요. 한국에 와서 검사를 해보니 '하민이가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2010년부터 아내와 네 딸과 함께 필리핀 사마르 섬에서 와라이와라이 종족을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한 이병호 선교사. 필리핀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은 열악한 환경은 물론 총기사고도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으로, 외국인 선교사는 이 선교사 한 명뿐이다.
 
"병원에서는 골수이식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골수 기증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죠. 한국에서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신청한 32만 명 중에 한 명이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분이 기증을 거절하셨어요. 미국과 일본 1천만 명 중에는 맞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다 며칠 전 기적적으로 대만에서 기증자를 찾았습니다."
 
 ▲이병호ㆍ최형진 선교사와 가족들은 하민이의 치료를 위해 잠시 선교지를 떠나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치료비와 거주지 등 어려움 있지만 하나님 의지할 것"
 
해외에서 골수 기증자를 찾았지만, 골수이식 이후에도 하민이의 몸이 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의학이 발달해 골수를 기증하는 사람은 간단한 채혈만으로 골수를 채취할 수 있지만, 골수 기증을 받는 환자는 다량의 항암제를 투여해서 환자의 골수를 제거하고, 기증자의 골수를 이식하게 된다.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골수 생착과정에서 숙주반응이나 다른 장기로의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다수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수이식 성공률은 보통 90%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식 후 완치율은 30%에 불과하더라고요."
 
골수이식은 과정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는 기증자의 건강검진과 입원비용, 골수운반비용인 약 2천 5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고, 이식수술 이후에도 입원비와 치료비 등 수천만 원을 감당해야 한다.
 
하민이의 치료를 위해 급히 한국으로 온 이 선교사와 가족들은 지낼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수술 후에 하민이는 백혈구가 아예 없는 상태기 때문에 무균실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서 1~2년 동안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장기간으로 지낼 곳이 현재는 없는 상태에요. 지금 지내는 선교관은 아는 장로님의 후원으로 마련된 곳인데, 이 곳도 올해 5월까지만 지낼 수 있어요."
 
이 선교사는 숱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부름 받은 자는 부르신 분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며 선교지 사역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병호 선교사는 다시 선교지로 돌아가 하민이의 치료와 회복을 통해 하나님을 증거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기적 가운데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의술이 아닌 치료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어요. 거주지와 치료비도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채워지길 소망해요."
 
마지막으로 이 선교사는 골수 기증자와 필리핀 교회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대만의 기증자에게 감사 드려요. 골수 기증 이후에도 건강하길 바라고 하나님을 아시는 분이면 더욱 좋겠어요. 또 필리핀에 태풍으로 피해 입은 8개 교회가 있는데, 제가 한국에 나와 있어서 그 교회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 교회들이 믿음 가운데 뿌리내리길 기도합니다." (후원계좌 : KEB하나은행 990-090819-582 GP 이병호, 최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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