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 교수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이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대한민국이 권력을 등에 업은 비선실세들의 국정 농단에 휘둘려 왔고, 그 결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자행되어 왔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대한민국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끊고서 정의롭고 건강한 국가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신앙적인 측면에서도 이번 사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오늘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나라가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바로 서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되새겨보는 일은 자못 의미심장한 일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셨으며, 철저하게 하나님 나라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어 공생애 사역을 감당하셨다. 그가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모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정의롭고 공평한 사랑과 약자 보호의 정신을 핵심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 단적인 증거로 예수님은 공생애 초기의 한 안식일에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 61:1-2을 낭독하시면서, 자신이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그리고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려고 세상에 오셨음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눅 4:17-19).
 
그가 공생애 기간 동안 내내 강조하신 것이 바로 이러한 모습을 가진 하나님 나라 복음이었다. 그가 세례 요한의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눅 7:22)이나, 최후의 심판에 관한 가르침(마 25:40)은 그의 하나님 나라 복음이 어떠한 성격을 갖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굶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된 자, 헐벗고 병든 자, 갇힌 자 등과 동일시하셨으며(마 25:31-46), 십자가를 지실 때까지 항상 세리들과 죄인들, 창기들, 차별당하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셨고, 온갖 질병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을 차별 없이 치료해주셨다.
 
참으로 그에게는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에 따른 차별 또는 남녀 성별에 의한 차별, 장애의 유무에 따른 차별 등이 전혀 없었다. 그의 이러한 사랑과 정의는 모든 인간을 구원하는 대속의 능력이면서 동시에 역사와 사회의 현장에서 죄악과 죽음의 세력에 대한 승리를 뜻하기도 하는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완성되었다. 그가 부활을 통해서 이루신 구속 사역은 모든 인간의 생명이 하나님 앞에서 똑같이 소중한 것임을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통일한국의 미래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인간에게 있는 보편적인 소유욕을 포기하고서 자신이 가진 것을 많이 가지지 못한 자들과 함께 나누는 섬김의 정신을 실천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서로 돕고 의지하는 정의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기심과 탐심을 물리치고서 하나님의 정의로운 세계 통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도덕과 윤리의 차원을 넘어서서 신앙적인 삶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로지 하나님의 거룩한 뜻에 순종하여 살고자 하는 정의로운 삶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이처럼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지향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질 때 비로소 온갖 갈등과 분열이 치유되고 한반도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하나가 되는 큰 은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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