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흐르는교회 정종찬 목사는 편안한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포천의 한 시골마을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20년이 넘도록 마을 어르신들의 손발이 돼주고 있는 그는 이제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꾼이자 최고의 '인기남'이다. '기다림이 답'이라는 정 목사의 목회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계류 2리에서 시냇물흐르는교회를 섬기고 있는 정종찬 목사를 만났다.ⓒ데일리굿뉴스
 
"열심히 사는 모습에 주민들 마음 열어"
 
시냇물흐르는교회 정종찬 목사는 신대원 졸업을 앞둔 1995년 12월, 목회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계류 2리를 찾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었지만,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부임하게 됐다. 자신의 목회철학을 '기다림'으로 표현한 정 목사는 첫 목회지였던 이 곳에서 21년을 보냈다.
 
"기다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이곳에서 목회하면서 느꼈는데, 제가 먼저 움직여서 뭔가 하려고 하면 다 막히더라고요. 그저 욕심 부리지 않고, 묵묵히 섬기다 보니 하나님이 때에 맞춰 베풀어 주셨어요. 그럴 때마다 주신 은혜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 목사가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주민들은 젊은 전도사가 교회에 부임한다는 소식을 듣자 돌을 던지는 등 시비를 거는 일도 다반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을까. 단칸방에서 시작한 교회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장년 성도 5명의 헌금으로 가까스로 교회를 유지하기 바빴다. 정 목사는 "어머니도 모시고 아이들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교회 사례비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후원을 요청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결국 정 목사가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생수 배달, 고물장수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풍족하지 못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려고 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젊은 사람이 부모님을 모시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에 동네 주민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 목사는 특별히 무언가를 잘하려고 했다기보다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주민들도 좋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처음에 가지고 있던 교회나 목사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던 것도 달라지게 된 거죠. 어느 날은 마을 이장님이 약주 한 잔 하시면서 '제가 목사님께 졌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작년에는 교회도 다니지 않는 어르신에게 아들의 결혼식 주례를 부탁 받기도 했다. 불교 집안의 결혼식에 목사가 주례를 해서 하객들도 많이 의아해 했다고.
 
"신랑 쪽 아버님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분에게 맡기고 싶다면서 저를 지목하셨던 거였어요.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죠. 지금 있는 교회를 지을 때도 교회에 나오지 않는 어르신들이나 부녀회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시냇물흐르는교회 모습.ⓒ데일리굿뉴스
 
마을의 든든한 일꾼…재정관리도 맡겨
 
정 목사는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일꾼으로 통한다. 어르신들은 마을 재정 관리도 맡기고, 회의도 주관하게 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집안일을 챙기고 병원에 모시고 가기도 한다.
 
요새는 마을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정 목사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읍내에 모임이 생기면 으레 교회 차량이 주민들의 발이 된다. 항상 간단한 다과나 음료가 구비돼있는 교회 식당은 어르신이 즐겨 찾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에 회의 참석할 때는 젊은 사람이 나선다고 생각하실 까봐 그냥 듣기만 했어요. 그렇게 7년을 지나고 나니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작은 일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인정해주신 것 같아요."
 
시냇물흐르는교회는 창립된 지 29년이 되던 2015년이 돼서야 노회로부터 자립교회로 인정받았다.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장로를 세우고 꿈에 그리던 당회도 조직했다. 정 목사는 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에 순종하면서 교회가 지역공동체와 공존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한 일은 제 능력 이상으로 저를 사용해주셨다는 거에요. 어르신들의 손과 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요. 지금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순종하는 게 기도제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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