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평생을 북한선교와 연구에 헌신해 온 유관지 목사(북한교회연구원장). 1974년 극동방송 입사 이후 지금까지 하나님이 선물해주실 통일의 그날을 기다리며 북한선교라는 한 길만을 고집하고 있다. 언젠가 북한 지역 교회와 기독교 유적에 작은 표지판이라도 세우고 싶다는 유 목사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 각 분야에서 북한과의 통합을 준비하는 체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북한교회연구원장 유관지 목사는 42년을 한결같이 북한선교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40여 년 전 중국동포 편지…평생 연구 계기"
 
북한교회연구원장 유관지 목사는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 넷, 고희(古稀)를 보낸 지도 4년이 흘렀지만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 목사는 기독교통일포럼에서 공동대표로 섬기면서 매년 발표 중인 '통일선교 10대 뉴스' 발표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고문 겸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복음적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다.
 
1974년 극동방송 입사 이후 42년 동안 북한선교에 매진해 온 유 목사. 1978년 중국의 개방정책의 영향으로 받게 된 중국 동포들의 편지와, 광복 50주년인 1995년을 3년 앞두고 북한교회 특집을 기획했던 것이 평생을 북한선교에 헌신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38년 전의 일이지만, 유 목사는 중국 심양에서 보낸 편지 하나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폐쇄정책으로 인해 모여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는 없지만 방송을 들으며 신앙을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말씀이 보고 싶다면서 성경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1978년 이전만 하더라도 제3국을 통해 중국 현지 교인들의 편지를 1~2통 받은 것이 전부였어요. 그게 개방이 되면서부터 1979년 한 해에만 1만 5천 통 넘게 늘어났죠. 중국 동포들의 편지를 받았을 때는 충격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왔어요. 초대교회의 기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 거죠. 또 우리 방송사역이 의미가 있었구나, 모진 박해도 신앙을 이기진 못한다는 걸 알게 됐죠."
 
1992년 극동방송에서 방영된 <북녘기행>은 유 목사가 도맡아서 진행한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북한의 시나 군에 있었던 교회를 소개하기 위해 자료 조사에 무척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북한에 관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 달라진 행정구역을 대조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북한교회 특집을 준비하면서 당시 교회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한 교회에는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학교가 있었다'는 말처럼 마을에서는 교육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주민센터처럼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북한교회 연구가 평생의 작업으로까지 발전했다. 논문 주제 역시 북한의 개교회사였다. 성화감리교회 은퇴 이후 북한교회연구원을 세운 것도 연구자가 전무한 북한 개교회들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유 목사는 탈북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지역에 교회 건물이 남아있는지 묻곤 한다. 덕분에 함주와 청진에 용도가 바뀌긴 했지만 교회 건물이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도 있었다.
 
"민족의 슬픔 해결할 길은 통일뿐"
 
평생을 북한선교를 위해 달려온 노 목회자는 통일이 이뤄져야만 하는 당위성이 쉽게 부정 당하는 세태에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슬픔은 통일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이제는 분단 국가라는 수치도 씻을 때가 됐습니다. 지금도 북한으로 복음이 비밀리에 들어가고, 지하교회도 있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마음껏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시급한 문제입니다."
 
한국교회 통일운동의 공과(功課)에 대해 유 목사는 민간 차원에서 통일운동을 시작했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지만,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통일에 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부분을 한계로 평가했다.
 
특히 "각 정당 대선후보들의 통일 비전과 정책을 평가하는 작업이 미미한 것 같다"며 한국교회 차원의 지속적인 검증을 주문했다. 또 통일 이후를 생각하며 각 분야에서 북한과의 통합을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으로 대표되는 북한교회가 향후 남북한이 통일과 통합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한국교회와 중요한 동반자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북한에서 활동 중인 교회를 △전통교회 △국가교회(조그련) △지하교회 등으로 분류한 유 목사는 "자유롭게 예배 드리고 전도하는 전통교회는 6.25전쟁 이후 북한사회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인 모습이 있지만 조그련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세워진 교회"라며 "가짜 교회나 위장교회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최종 판단은 하나님이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향후 통일이 됐을 때 신사참배를 두고 분열이 일어났던 한국교회처럼, 북한에서도 국가교회와 지하교회에서 활동한 신자들간의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통일 과정에 있어 한국교회와 북한을 이어주는 유일한 창구인 조그련이 파트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관지 목사는 북한 지역에 있었던 교회와 기독교 유적에 표지판을 세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1월 10일 김화에서 열린 제4차 DMZ 기도회.(사진제공=유관지 목사)
 
"북한교회 위치, 구글지도 입력 시급해"
 
유 목사의 기도제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략 3천 개라고 알려진 북한교회의 위치를 구글 지도에 입력하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이 소장 중인 1912년 일제가 측량한 지적도와 각 교단의 자료를 참고하면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라고 자신했다.
 
"가톨릭은 이미 북한 지역에 있었던 70개 가량의 성당 위치를 구글 지도에 입력하는 작업을 마쳤어요. 어디든 지원만 해주면 당장이라도 착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한국교회가 이런 일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북한 지역에 있었던 교회와 기독교 관련 유적에 표지판을 세우는 일이다. 유 목사는 "북한교회 연구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변함없는 소원"이라며 "소래교회 근처에 있다는 맥킨지 선교사의 발자취나 침례교를 기틀을 다진 펜윅 선교사의 무덤에다가 작은 표시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통일을 선물로 주실 것"이라며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들어간 걸로 여겼던 것처럼, 우리도 통일이 될 것이라는 선취적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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