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조경곤 집사. 두려움과 절망 속에 헤매던 그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건 다름아닌 판소리였다. 장애를 뛰어넘기 위해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북을 치며 연습했던 그는, 노력 끝에 '인천시 최초의 시각장애인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볼 수 없어 온전히 하나님만 믿었고, 주님의 능력으로 승리했다"는 조 집사의 고백에서 파란만장했던 삶의 굴곡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각 장애를 뛰어넘고  '인천시 최초의 시각장애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조경곤 집사를 만나봤다.ⓒ데일리굿뉴스

인천시 최초 시각장애인 무형문화재 '조경곤 집사'
 
조경곤 집사(인천순복음교회)는 시력을 잃기 전까지 합기도와 격투기 등을 좋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격투기 시합을 하다 망막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됐다. 사고 이후 10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20대 후반 양쪽 눈 모두 시력을 잃었다.
 
"10여 년을 눈이 보이는 상태로 살아오다 갑자기 어둠 속에 갇히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단 생각뿐이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불안함과 두려움에 휘말려 공황장애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절망이랑 벼랑 끝에서 그를 다시 일으킨 건 다름아닌 '판소리'였다. 조 집사는 사고 이후 시력이 희미하게 떨어지는 가운데 어릴 적 꿈이었던 '판소리'를 다시 배우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조경곤 집사는 판소리를 좋아했던 큰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바로 앞집에 살던 큰아버지가 매일 판소리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국악을 들으며 자란 것.
 
판소리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 결심한 조 집사는, 판소리를 배우기 위해 국악 선생님을 찾아갔다. 하지만 앞도 보지 못하는 그에게 판소리를 알려주겠단 이는 없었다. 특히 판소리 고수는 명창의 입을 보며 호흡을 따라가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겐 치명적인 장애였기 때문이다.
 
"저에게 선뜻 판소리를 알려준다는 분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은택 선생님을 만나며 인생이 달라졌죠. 선생님도 시각장애우를 가르쳐 본 것이 처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제 손을 붙잡아 주며 북의 감각을 익히게 해주셨죠."
 
눈이 보이지 않아 판소리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명창의 입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소리에 집중하고 손의 감각에 의지해 북을 쳤다. 이웃주민들이 북 치는 소리로 항의할 때면 아내와 함께 산에 올라 연습했다. 손에서 피가 나는 것도 모를 정로도 몇 시간씩 연습을 강행했다.
 
'판소리'…하나님 관계 회복시켜준 도구
 
조경곤 집사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깊게 만들었던 장애를 딛고 판소리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친밀해졌다고 고백한다. 어릴 적부터 신앙은 있었지만, 시력을 잃고 난 후 자신의 삶을 온전히 하나님께 의지하게 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판소리를 한다는 건 90%의 불가능을 껴안고 도전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하지만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을 갖게 됐어요. 저는 하나님을 통해 사용되는 것일 뿐 저의 삶을 이끌어주시는 주인은 하나님임을 깨닫게 된 거죠."
 
조경곤 집사는 노력 끝에 2003년 전국고수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서울전국국악경연대회, 순천 팔마고수 전국경연대회 등에서 잇따라 입상해 판소리 고수로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에는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23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조 집사는 현재 인천시 무형문화재 전수 교육관에서 인천 시민들을 대상으로 판소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수강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쳐주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수강생 공순복 씨는 "눈이 보이는 선생님의 경우 손이나 외모 등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곤 하는데 조경곤 선생님은 오직 영혼의 소리로 판소리를 알려주신다"며 "오히려 조 선생님의 삶을 보며 도전을 얻게 된다"고 전했다.
 
조경곤 집사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판소리라는 음악문화를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하나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습니다. 판소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되고 하나님 앞에서 우린 모두 평등한 자녀라는 것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시각 장애를 뛰어넘고  '인천시 최초의 시각장애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조경곤 집사를 만나봤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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