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명칭을 '상비의약품'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명칭을 '상비의약품'으로 변경하는 등 안전성 강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가 의약품을 무조건 안전하다고 인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상은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1소회의실에서 최도자(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시장 규모가 커지고, 실제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사는 소비자도 많아지는 만큼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19~69세 성인남녀 1천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경험은 2013년 14.3%에서 2015년 29.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규모 역시 공급액 기준으로 150억원에서 240억원으로 늘었다.

최 교수는 "편의점 판매자 중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종업원이 상비약 판매규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점주뿐 아니라 종업원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약사법은 편의점 상비약을 한 번에 1회 분량만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정을 모르는 종업원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최 교수는 제도의 명칭을 변경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이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무조건 안전하다고 인식하지 않도록 명칭을 기존 안전상비의약품에서 상비의약품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명칭 변경안은 환자단체에서도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상비약에 '안전'이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를 모르겠다"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안전하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명칭 변경 제안 등 일부 의견은 좁혀졌지만 큰 틀에서의 입장차는 여전했다.

특히 품목 확대를 두고 정부의 연구용역을 담당한 최 교수와 대한약사회 유관 연구기관인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정반대의 설문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현재 품목 수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49.9%,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43.4%라고 밝힌 반면 김대원 의약품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 품목 수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66.9%라고 했다. 김 소장은 품목 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16.5%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약사회에서는 궁극적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제도 자체를 다시 논의할 수는 없으며, 사후 관리 강화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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