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나는 오랫동안 북한 땅을 바라보았다. 하얀 왜가리가 북쪽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갔다. 부러웠다. 조용히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 북한 땅이 보이는 다리 위에 놓았다. "나 대신 엄마 아빠에게 가 줘. 강물에 떠밀려서라도…가…."
 
탈북 난민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 <난민 소녀 리도희>의 한 구절이다. 의도치 않게 낯선 땅에서 홀로 난민이 된 주인공 도희가 북한 땅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말이다. 이 책을 집필한 이는 바로 박경희 작가다. 박 작가는 탈북민 기독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며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만난 탈북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의 손을 거쳐 한 편의 소설로 세상에 나왔다. 그는 책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탈북 과정 모티브로 신간 <난민 소녀 리도희> 펴내
 
박경희 작가는 아이들의 탈북 이야기를 모티브로 신간 <난민 소녀 리도희>를 썼다. 소설 속 주인공인 도희는 로동신문 기자였던 아버지가 한 번의 실수로 숙청되자 교사였던 어머니와 함께 중국으로 탈북한다.
 
교사였던 어머니는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남한이 아닌 캐나다로 도희를 보낸다. 하지만 도희는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진짜 '난민'이 돼 버린다. 엄마를 찾기 위해 중국 연길로 떠난 도희는 꽃제비로 살고 있는 탈북민 소녀 구희를 만난다.
 
소설은 고위층 자녀의 망명길과 배곯는 가난을 겪는 꽃제비의 삶 등을 현실적으로 녹여냈다. 박 작가는 이번 작품에 통일에 대한 희망도 담았다.
 
"아이들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해요. '들에 심어놓은 미나리는 잘 크고 있을까', '골목에서 뛰어 놀던 동무가 보고싶다', '할머니집 우물가에 있던 오야주 나무가 지금도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통일이 되서 이 아이들을 따라 북녘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도희를 평양 아이로 정한 것도, 결국은 도희가 평양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통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어요."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넌 탈북 청소년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하고, 꽃제비가 되는 등 어렵고 안타까운 과정을 겪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박경희 작가는 "최근에는 북한의 교육열 높은 부모들의 권유로 국경을 넘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해외로 유학 보내듯이 남한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중국이나 태국을 거쳐서 남한으로 오는데, 브로커 없이는 올 수 없어요.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부모가 뒤따라 오기도 하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결국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박경희 작가 ⓒ데일리굿뉴스

"탈북 청소년, 통일 세대 주역될 것"
 
<류명성 통일빵집>,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그간 탈북 청소년과 관련된 책을 집필해온 박경희 작가. 그는 소설과 에세이, 동화, 르포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의 스피커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런 주제들로 글을 썼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을 방송국에서 일한 방송 작가였다. 1994년부터 18년 동안 극동방송 ‘김혜자와 차 한 잔을’의 원고를 썼고, 2006년에는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 작가가 탈북 청소년들과 인연을 맺은 건 2010년, 탈북민 기독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탈북 청소년 관련 르포 집필을 의뢰 받으면서다.
 
박 작가는 어려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에둘러 탈북 과정을 묻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의 속마음을 취재하기 위해 글쓰기·독서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쌍하다', '안쓰럽다'는 마음을 갖고 아이들을 만났어요. '어떻게 이런 시련을 견뎌왔을까'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런데 아이들은 아니었어요. 남한에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다는 꿈과 포부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르포 집필이 끝난 후에도 박 작가의 글쓰기와 독서 수업은 계속됐다.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이제는 물어보지 않아도 각자의 사연을 꺼내 놓았다.
 
"아이들의 탈북 이야기가 힘들고 아픈 것은 맞지만 아이들은 현재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그것을 목격하고 함께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장 진정성 있게 담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실 '탈북 이야기만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죠. 하지만 아이들 대신 목소리를 내는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박 작가는 최근 인터넷포털 다음에서 <탈북 청소년, 그들의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이다.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알리고 아이들을 향한 편견을 바로잡고 싶어서다. 박경희 작가는 아이들을 동정이아닌 인정의 시각으로 바라봐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의 아픔이 물론 특별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해서 남한 청소년들과 다르지는 않아요. 똑같이 성장통을 겪어요. 많은 분들이 '탈북'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만, 사실 아이들은 남한과 북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아마 통일이 된다면 탈북 청소년들이 통일 세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 믿어요."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