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발생한 춘천중앙교회 화재 사건은 교계 안팎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건물이 순식간에 전소되면서 교인들은 큰 아픔을 겪어야 했고, 더 늦기 전에 교회도 각종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본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이제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 하에 '교회의 안전관리'를 주제로 기획을 준비했다. 교회의 안전관리 실태를 진단하고, 사전 예방과 대응 그리고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반적인 대처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지 취재 결과, 화재 피해 경험이 있는 목회자들은 이제는 '복구 지원' 수준을 넘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매뉴얼 제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개교회가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교단별로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 태풍, 지진 등 교회 재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총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교회 재난…'총회 차원의 대책' 필요
 
지난 2015년 화재 피해를 입은 충남 아산의 엘림전원교회는 김황래 목사가 성도들과 함께 평생을 바쳐 일군 터전이다.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교회를 보며 김 목사는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김황래 목사는 "화마가 교회 건물을 덮친 광경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막을 수만 있다면 불길 속으로 당장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엘림전원교회는 사고 이후 6개월이 지난 뒤, 주변 이웃과 여러 성도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재건됐다. 김황래 목사는 그러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특히 교회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화재예방 대책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김 목사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런 시골교회까지 화재 예방 교육을 해주는 기관은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소속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총회 '재난대응 전문기구' 전무…기하성만 '구성 계획'
 
김황래 목사뿐 아니라 총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화재를 비롯해 태풍, 지진 등 각종 재난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사후 복구 지원'에만 급급한 총회의 시스템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한국교회 주요 교단 중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 측(이하 기하성)을 제외하고는 '교회 재난 대응 기관'을 운영하거나 설치를 계획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기하성은 오는 5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재난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교회 재난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위원장을 세우고 전문위원들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기하성 사무국장 정찬수 목사는 "벌써 수년 째 교회 재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재난대책위원회를 통해 사후 처리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각종 재난을 사전에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화재피해를 겪은 목회자들은 "총회가 '교회 화재예방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교회에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화재예방책들은 대부분 교회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
 
이들은 "지방에 있는 많은 교회들은 재정 문제로 샌드위치 판넬 등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건축자재로 사용했다"며 "이러한 교회 현실에 걸맞은 화재예방 매뉴얼이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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