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사 불상 재건을 위한 모금운동'을 펼친 후 서울기독대학교(총장 이강평) 강단에서 쫓겨났던 손원영 교수가 '손원영 교수 불법파면 시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박경양 목사)'를 구성하고 법적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서울기독대학교가 스스로 파면 결정을 철회하고 명예를 되찾을 기회를 줬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민사소송 등을 통해 복직을 이루고 우리 사회의 '종교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원영교수 불법파면 시민대책위원회'는 31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공덕감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원영 교수의 복직을 위해 법적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맨 앞줄 오른쪽이 손원영 교수.ⓒ데일리굿뉴스

서울기독대 '파면' 결정, '종교갈등' 부추긴다
 
지난해 1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밝힌 한 60대 남성이 성당과 사찰에 들어가 기물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성당의 '성모상' 목을 부러뜨리고, 개운사 사찰에 들어가 불상을 내팽개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남성의 난동으로 개운사는 1억여 원의 재산피해를 봤고, 주지 스님은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기독대학교 손원영 교수는 자신의 SNS에 사과 글을 개제하고, '개운사 불상 재건을 위한 모금운동'을 펼쳤다. 모금운동으로 모인 260만 원을 개운사에 전달하려 했으나 개운사의 완곡한 거절로 모금액은 '종교 평화를 위한 대화 모임' 단체에 전달됐다.
 
이후 손 교수는 서울기독대 측으로부터 '교수직 파면'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손 교수 징계 사유를 '성실 의무 위반'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손 교수는 "파면 결정에는 '개운사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발족한 '손원영 교수 불법파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 문제는 단순히 교수 한 분의 교권 문제가 아니라 종교 간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이라며 "때문에 이번 대책위 모임에는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불교, 천주교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잘못하면 한국사회에서 종교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큰 사건이기 때문에 종교인평화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해당 기구와 연대해 사건의 엄중함과 부당성을 세상에 알리고, 종교 간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상재건 모금운동은 고난 당한 이웃 도운 것"
 
손원영 교수가 몸담았던 서울기독대학교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라는 교단에 소속된 신학교다. 지난해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 교수의 파면 조치는 개운사 모금 운동 때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손 교수는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을 추구하고 있어서, 보수 신학을 배우는 서울기독대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이는 규정상 '성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원영 교수는 "나는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해방신학에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 전문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손 교수는 "한 기독교인의 폭력 때문에 개운사 스님이 고통을 당한 것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더니 학교 측이 나를 해방신학자로 몰고 가는 것 같다"며 "이는 기독교계의 극심한 보수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민사소송과 더불어 '교육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또한 교계, 일반 언론에 칼럼을 게재해 한국교회 성도들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종교 평화를 강조할 방침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숨어있던 우리 사회의 종교 갈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서로 다른 종교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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