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많은 사역자들이 북한 기독교인들과 지하교회, 통일을 위해 기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북한 지하교회의 구체적 상황을 알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북한 지하교회의 실체를 다룬 책 <굶주림 보다 더 큰 목마름>이 출간됐다. 목숨을 걸고 하나님을 전했던 북한 간부 故 김경철 씨의 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을 출간한 주인공은 바로 기드온동족선교회 박상원 목사. 박 목사는 이후 2015년, 후속편 <빛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도 출판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탈북민을 위한 사역을 펼치고 있는 박 목사를 직접 만났다.
 
 ▲북한지하교회와 성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굶주림보다 더 큰 목마름>의 저자 故 김경철 씨는 책 출간 한 달을 앞두고 의문사했다.ⓒ데일리굿뉴스

책 출간 한 달 앞두고 저자 '의문사'
 
"북한에서 흠이 없는 소를 잡아 번제를 드리라는 레위기의 명령은 도무지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 말씀이었다. 우리 작업반만 해도 1996년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살아남은 사람이 총 74명에서 32명밖에 되지 않았다.…굶주림에 시달리던 난희 엄마는 정신이 나가서 두 살 난 딸을 토끼라고 잡아서 가마에 삶아 히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 <굶주림보다 더 큰 목마름> 중 일부
 
박상원 목사는 2012년 중국 의료선교를 갔다가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며 중국으로 넘어온 김경철 씨를 만났다. 그때 김 씨는 박 목사에게 자신의 간증 원고를 건넸다.
 
박 목사는 김경철 씨에게 받은 일기문 2권과 노트 2권에서 기독교적 관점으로 정리한 내용을 <굶주림보다 더 큰 목마름>으로 엮어 출간했다. 3년 뒤 출간한 <빛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에는 김경철 씨의 출생 이후부터 유소년기의 성장과정을 포함한 가족사, 북한의 변화되는 사회 현실 등을 담았다.
 
"경철 형제는 북한조선노동당 지방당 간부였어요. 운동과 싸움을 잘해 이미 14세 때 특전부대에 들어가 후발 교란 전술이나 요인 암살, 심리전 등을 배우며 14년 복무하다 제대했죠. 형제는 1996년 주체 농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농촌에 쫓겨가 농장 머슴으로 살았는데 그때 하나님을 만났어요."
 
책에는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북한의 실상과 지하교회 성도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기록돼있다.
 
"성경책이 없어 성경책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 발각돼 살해당하는 일, 복음을 전하다 보위부에 끌려가는 성도들의 이야기 등을 자세히 볼 수 있어요. 경철 형제가 이 내용을 꼭 책으로 출간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현실을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 경철 형제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저도 망설였는데, 책 출간을 돕겠다는 후원자가 나타났어요."
 
후원자를 통해 책 출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간을 한달 앞둔 2012년 10월, 박 목사는 현지 사역자에게 '김경철 형제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형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고 했어요. 평소 대중교통만 이용하던 사람인데 의아했죠. 가족이 아니라 시신을 확인할 방법도 없고요. 경철 형제가 책에 '나는 하나님을 믿고 도망 다니다가 비참하게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모종의 암시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형제의 뜻대로 많은 독자들이 북한 주민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알게 되길 바랍니다."
 
 ▲기드온동족선교회는 북한 아동 식량 및 농업 기술을 지원하며 북한 주민들을 돕고있다.ⓒ데일리굿뉴스

"어려운 이웃 돕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죠"
 
세브란스병원에서 원목으로 사역하며 환자들을 섬겨온 박 목사는 목회 공부를 위해 2002년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현지에서 북한 동포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박 목사는 2008년 시애틀에서 '기드온동족선교회'를 설립했다.
 
"모세, 바울,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우리 동족을 우선 구원시켜야 복음이 이방인들에게도 퍼져나간다고 믿어요. 신앙 선조들의 '동족 사랑과 구원의 뜻'을 본받고, 기드온의 300 용사들처럼 다같이 연합해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선교회를 설립했죠."
 
선교회는 여러 선교사들과 함께 북한과 중국 강변에서 의료진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 내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직접 제조한 빵 5000개와 기초 생필품, 의약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북한 내 H지역의 4개 지역농장에 목화농장을 운영한다. 이 같은 기초 농업을 지원하며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선에서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 중국 동포들을 위한 사역을 감당하는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정치적 문제'를 넘어서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북한을 섬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정치적 문제가 제일 큰 타격이죠. 전 정치적 이슈에서 벗어나서 인도적 도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 지원이 되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시대에 아직도 사람들이 굶어 죽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북한에서는 매일 일어나는 이야기죠. 선한 사마리아인이 쓰러져 있는 이웃을 돌본 것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하나님을 증거할 때 가장 필수적인 선한 행위 아닐까요?"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