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는 커다란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안겨준 충격과 아픔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채 아물지 않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의 심판을 받고 탄핵됐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하기 위해 교회가 그리고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는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유의미한 도전과 질문을 던진 자리였다. 발제자로 함께한 손봉호 교수와 양희송 대표가 참석자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봤다.
▲토론회 장소가 협소했지만, 많은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데일리굿뉴스
 
도덕성 결여된 사회…"교회가 손해 볼 각오하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일 오후 7시 홍대 평화다방에서 '새로운 사회와 국민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손봉호 교수는 한국사회의 갈등 원인으로 '도덕성의 결여'와 '이념갈등'을 꼽았다.
 
손 교수는 “한국은 국가청렴도 순위가 176개국 중 52위이며 탈세율이 그리스와 차이가 없고 보험•사기 범죄율은 일본보다 14배가 높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것을 틀린 것 혹은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다른 사람 얘기는 듣지도 읽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만 더욱 강화되는 고집불통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웃의 이익을 위한 절제를 실천하는 것이 기독교가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는 것.
 
손 교수는 "교회는 항상 손해를 보는 집단이라는 인상만 줘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기독교인이 이 세상에서 특혜를 누리는 집단이 되면 복음은 죽는다”고 말했다.
 
"정치, 안 하는 게 능사 아니라 잘해야"
 
양희송 대표는 교회가 사회를 향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기독시민운동의 활성화'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양 대표는 “교회가 사회문제나 정치적 사안의 최전방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독시민운동 영역이 나서서 논쟁을 벌이고, 여론을 모으고, 행동에 나서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기독교 상황에서 정치를 안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고급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당장 어려운 이유는 우리에게 '정치적 독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교회 내 주요 창구가 목회자이다 보니, 목회자의 개인적 흥미나 견해를 넘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다"며 "그에 반해 사회는 정치가 과잉된 상황이다. 때문에 교회에서 접하는 수준의 정치적 독해력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교회 내에서 토론을 활성화하고 청년부 등 자치활동을 장려해서 스스로 의사결정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와 관련 양 대표는 "동성애처럼 크리스천이 가장 원하는 한 가지 이슈 외에는 아무런 관심 없이 투표하는 ‘싱글 이슈 보팅’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크리스천의 의사가 잘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천이 득표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교회가 이제 해외선교보다 사회선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 대표는 “사회의 각 영역으로 사회선교사를 파송하고 기독시민단체를 위해서 기도하며 후원하는 네트워크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며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내부 정비를 해가면서 성찰과 혁신을 키워드로 기독시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새롭게 고민해 보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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