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시 투표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목회자로부터 받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개신교인의 77.9%는 목회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또 후보자의 '기독교 신앙'보다는 '기독교 가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는 5월 9일 있을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인식은 어떠한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가 '2017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4일 오전 결과를 발표했다.ⓒ데일리굿뉴스

보수적, 직분자, 작은 교회일수록 "목회자 영향 받아"
 
(사)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가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2017 대선에 대한 인식과 정치참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지앤컴리서치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1,028명을 무작위 추출해 무선전화면접(35.8%)과 스마트폰 모바일앱(64.2%)으로 설문을 실시했다.(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일부터 3일 간 실시된 조사는 개신교인들의 대선에 대한 인식과 기독교 관련 투표 성향, 차기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먼저 △'귀하는 투표 후보를 결정하는 데 교회에서의 설교 등 목회자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으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 77.9%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대로 '매우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자는 3.7%, '약간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6.6%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 정도가 목회자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것인데, 이 응답자 비율은 서울(24.2%)과 대전충정(28.3%) 지역에서, 이념성향이 보수적(27.1%)일수록, 교회 내 직분이 올라갈수록,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높았다.
 
24일 오전 열린 설문결과 발표에서 논찬에 나선 강석근 국장(기독신문)은 "개신교인들의 종교집단적 행동이 예전 같지 않다. 기독교인도 사회 변화 속에 의식수준이 고양됐다"며 "목회자가 말하는 것들을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평가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독교인은 기독교인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은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3.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자료 출처 : 기독교언론포럼)

개신교인이 꼽는 대선 후보…'신앙'보단 '가치' 선호
 
위와 같은 성향은 다른 질문에서도 비슷한 응답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개신교인이 개신교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기독교인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은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3.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그렇다'는 응답은 34.6%였다.
 
'그렇지 않다'라는 의견은 20~30대 젊은층, 신앙 깊이가 보통 이하, 교회 직분이 내려갈수록, 교회 규모가 클수록, 진보적 성향일수록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반면 60대 이상 고연령층과 중직자, 소속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보수층일수록 '기독교신앙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보보다 '기독교 가치'를 드러내는 후보를 더 선호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정책과 공약에서 기독교 가치가 드러나는 후보'와 '기독교신앙은 있지만 정책과 공약에서 기독교 가치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 후보' 중 어떤 후보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46.7%가 전자를, 40.9%가 후자를 택했다.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기독교적 가치가 공약에 드러나는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는 남성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고학력일수록, 소속된 교회 규모가 클수록 상대적으로 많았다.
 
발제자로 나선 손달익 목사(한국기독교언론포럼 공동대표)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적 의식은 '기독교인 대통령'보다 '기독교적 대통령'을 더 원하고 있다"며 "교회에 소속돼 있다는 것보다 정책과 비전, 소속 정당의 지향점이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할 때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국가적 과제'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40.0%)가 '부패 청산/사회 개혁'을 꼽았다.(자료 출처 : 기독교언론포럼)

최우선 국가 과제는 '부패 청산과 사회 개혁'
 
개신교인들은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국가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응답 중 '부패 청산/사회 개혁'이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국민통합/화합'(22.9%), '도덕/윤리성 회복'(15.6%), '양극화 해소'(10.4%), '통일/남북관계'(6.4%)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응답은 연령과 교회 내 직분별로 차이를 보였다. 20~50대, 서리집사와 일반 성도층이 '부패청산/사회개혁'을 꼽은 데 반해, 60대 이상과 중직자층은 '국민통합/화합'을 1위로 선택했다.
 
△'차기 대통령이 다뤄야 할 한국교회 최우선 과제'도 응답자별 편차를 보였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종교인 납세 문제'(26.2%)를 꼽았고, 이외 '국정교과서 내 기독교 내용의 올바른 서술'(19.0%) '동성애 문제'(16.4%) '이단 문제'(15.7%) '이슬람 문제'(12.4%)가 뒤를 이었다.
 
손달익 목사는 "차기 대통령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직무로 부정부패와 사회통합이 꼽힌 것을 볼 때,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성도들이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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