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데일리굿뉴스
도시바, 142년의 역사를 간직한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그 도시바가 몰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약5조 56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2조 3500억 원의 자본을 잠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바의 감사법인 PwC는 지난해의 회계감사를 마치고 감사 의견을 내지 않았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도시바는 일본 최초로 냉장고와 세탁기, 컬러TV를 생산했다. 세계 최초로 노트북과 낸드플레시 반도체를 개발, 반도체산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 도시바가 몰락의 길로 빠진 표면상의 이유는 2008년 미국의 원자력발전회사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실패로 끝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다. 몰락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이른바 ‘도시바 병’이다. 일본 언론은 이 병을 치유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한다.
 
도시바 병, 병원균(病原菌) 핵심은 오만이다. 고도 산업화 전성기인 1970-1980년대 도시바는 초일류 기업이었다. 일본의 최고 명문 도쿄대 졸업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매출 500조 원을 넘기는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일류 거대기업 도시바는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는 자만에 빠졌다. 자만은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폐쇄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는 곧바로 글로벌 산업 환경의 변화와 트랜드를 무시하는 무모함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자체 검증하고 교정할 능력이 없다. 리스크 관리의 부재로까지 이어진다. 오만에 빠진 폐쇄적 조직은 필연적으로 관료화되고 파벌주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관료화는 바로 상명하복의 의사결정이다. 파벌주의는 기업 전체보다는 소집단의 이익에 충성한다.
 
도시바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바로 원자력사업 진출이다. 2008년에 진입한 원자력발전 산업이 불과 3년 뒤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위기를 맞았다. 원자력에 대한 산업 환경이 급변했지만 제동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고장 난 브레이크를 단 자동차 처지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도시바가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도시바 사태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얻어야 한다. 도시바는 일본에만 있지 않다. 한국에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그렇게 가고 있다. 먼저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이나 준공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P사, K사 등 아직은 건강하지만 언제든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약점은 오너십 부재로 인한 자정능력 취약과 외부세력의 개입이다.
 
한국 기업이 ‘도시바 병’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후보 기업의 공통점은 정치권과 퇴직임원들이 파벌을 이용해 파이프라인을 꽂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부패의 먹이사슬로 얽혀 있다. 파벌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말살하는 주범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한 성과 창출보다는 파벌에 기대어 묻어가는 프리라이더(Free rider)의 온실이다. 기업의 관료주의는 기업가정신의 무덤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계를 창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반면 관료주의는 지시에 따르고 리더의 요구에 맞추는 순응의 질서다. 한국 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은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다. ‘도시바 병’, 5월 새로 출범할 정부가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에서 유념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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