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데일리굿뉴스
이번 5월 9일에 시행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여러 공약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북한의 무력 위협에 대한 국가 안보 관련 공약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 관련 공약이다. 국가 안보와 경제가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두 기둥과도 같은 것이기에 후보들의 공약이 두 가지 문제에 집중되어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두 가지 사안에만 시선이 몰려, 놓치고 있는 다른 중요한 사안들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생명'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저출산, 낙태, 자살 문제에 대해 조사한 자료들은 우리나라가 이 같은 문제에 있어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교회가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결혼과 출산 문제를 살펴보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올해 강원도에서는 초등학교 30여 곳에서 신입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각종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출산율 제고는 국가 존립에 있어서 너무나 중대한 일이며, 청년들이 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방법은 국가에서 출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산아제한 운동은 국가적으로 펼쳐져서 큰 효과를 얻은 반면, 현재 아이 낳기 캠페인은 과거와 같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출산장려금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자 교회 내 출산율이 세 배로 늘어났는데, 이와 같은 현장의 소리에 맞는 대책을 국가 차원에서 내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 낙태 문제를 살펴보자. 낙태는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큰 문제이자 동시에 오늘날의 저출산 문제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40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같은 기간에 낙태는 17만 건 이상이 행해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 2배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복받는 생명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른다. 지난 10년간 낙태 문제만 잘 대처했어도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 절벽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프랑스의 경우, 어떤 가정환경에서 아이가 태어나든지 그 아이에 대해 국가가 모든 삶의 대책을 세워주겠다는 출산 정책을 세워 현재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부모 가정이나 고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수립해 더 이상 낙태로 아이들이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자살 문제를 살펴보자. OECD 국가 중에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10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37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은 우선 자살한 사람과 그 가족에게 말할 수 없이 불행한 일이며, 동시에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주된 자살 원인은 우울증과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치열한 생존경쟁과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이러한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건강한 공동체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현대인의 정신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회 내의 극심한 경쟁을 완화시키고, 낙오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생명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발표된 각종 지표들은 이미 이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통해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의 후보가 정권을 잡게 되든지 간에 생명을 살리는 일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가공동체의 생존이 달린 시급한 문제에 있어서 더 이상 탁상공론만 펼쳐서는 안 된다. 교회 차원에서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도움을 주어서 민관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가정의 달을 맞이해 우리 사회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되어,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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