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근로자들이 많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은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못한다고 답했다. 팍팍한 노동 현장 속에서 교회가 준비해야 할 대안은 무엇일까.
 
▲업무를 시작하기 전, 다함께 예배를 드리는 한 회사의 모습. 직원들이 사고가 나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직장인 10명 중 4명 "근로자의 날도 일해"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로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공휴일이지만,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근로자의 날 휴무지만, 37%는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이고 직급이 낮을수록 근무 비율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출근 비율은 48%, 사원급은 44%가 출근한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이 겪는 차별은 비단 근로자의 날 휴무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는 못하는 임금, 4대 보험이나 각종 수당의 적용률도 매우 미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과 하는 일에선 차이가 없지만 임금 격차의 간극은 크기만 하다. 일을 하지만 점점 가난해지는 '워킹푸어(Working Poor)'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빚'으로 시작해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장기간 구직 준비 중인 청년과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규모는 3조 196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청년들만 지난해 기준으로 3만 명을 넘어섰다.
 
빚으로 시작한 대학교 생활도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모님의 지원이나 안정된 소득원이 없는 청년들의 경우 학업과 병행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가까스로 졸업을 해도 악순환은 계속된다. 대졸 실업자가 50만 명을 넘어선 만성적 취업난 속에서 졸업과 함께 시작되는 학자금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감은 '묻지마 취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2015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첫 직장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을 때 응답자의 51.8%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39.1%가 '조금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첫 직장의 근속기간이 1년 6.7개월로 길지 않은 이유도 적성 및 전공과 무관한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이 몰리고 있고, 시간이 흘러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어려운 곳이 많기 때문이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설성호 목사는 학자금 대출과 약탈적 금융 마케팅으로 인해 빚에 쪼들리는 청년들의 문제를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설 목사는 "청년들을 상담하면서 교회에서 돈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이제 교회가 청년들의 실제적인 삶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적극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나서줘야 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회가 공동체 차원에서 △청년 생활지원 기금 △청년 부채탕감 △청년 주거공간 마련 등의 사역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여성 노동자의 경우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은 비정규직 차별과 함께 남녀차별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발표한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과 여성의 임금차이 부문에서 OECD 평균인 85.5점에 한참 못 미치는 63.7점에 불과했다.
 
여성고용률 역시 54.9%를 기록해 OECD 평균인 61.1%에 미치지 못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일자리를 얻기 힘든데다 임금격차가 크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영등포산업선교회 홍윤경 부장은 남성에 비해 만연한 차별에 노출돼있는 여성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교회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기본적으로 차별의 문제"라며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구분됐다는 인식이 심한 곳 중에 하나가 바로 교회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한국교회도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과 꿈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를 마련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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