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우간다에서 가정과 교회, 학교의 연계 회복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명현 선교사.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그 아이들을 통해 달라지는 가정과 학교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내본다.
 
이 선교사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불쌍하게 보지 말아주길 거듭 당부했다. 아이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바라보고, 이들이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 그는 "내가 언제 이곳을 떠나더라도, 이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이명현 선교사는 가정-교회-학교를 연계해 지역사회가 회복되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이명현 선교사 제공
 
"몽골 떠나야 했을 때 많이 힘들어"
 
이명현 선교사의 첫 사역지는 몽골의 작은 도시 종머드였다. 2004년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한 시간여 떨어진 이곳에 발을 디딘 그는 어린이들의 회복 사역에 주력했다.
 
"몽골이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변화하면서 길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졌어요. 당장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아이들을 지원해 주면서 그 부모와 가정을 회복시켜야겠구나 마음 먹었죠."
 
전문기관과 협력해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어린이전도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는 사역들을 했다. 그렇게 6년을 지내면서 지역의 가정들이 하나씩 회복되는 모습에 감사했고,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몽골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몽골에서 비자법이 만들어지면서 사역이 좀 힘들어졌어요. 종교활동을 제재하고, 법을 위반하면 무조건 추방됐죠. 저는 NGO 비자로 들어왔는데, 종교활동을 하는 것이 문제가 돼서 나오게 됐어요. 단 일주일 만에 모든 걸 정리하고 나와야 했죠. 많이 힘들었어요. 왜 나일까…. 처음엔 이해가 안됐어요."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라 확신했고,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해왔기에 너무나 아프고 괴로웠다는 이 선교사. 기도하던 중 '이것도 복이 되게 해주겠다'는 말씀을 받고 순종하기로 했다.
 
2010년 우간다에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간다의 쿠미 지역에 도착해 그가 눈여겨 본 것은 교육제도였다.
 
이 선교사에 따르면, 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 초등학생 33% 정도만이 졸업을 한다. 학교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나온 남자아이들은 취업, 여자아이들은 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5% 정도라고.
 
"공립학교를 지원하는 센터(쿠미CDP)를 설립해서, 어린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일을 시작했어요. 학부모들은 급식비를 내도록 하고, 우리는 여러 가지 시설을 지원해요. 교사숙소, 교실, 교문과 울타리, 각종 교육 기자재 등이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한 의식계몽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쿠미CDP가 지원한 지역의 공립학교는 총 23곳이다. 학교 지원에 있어서 급식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해 유급률을 줄일 수 있게 되기 때문.
 
센터가 지원하는 학교들은 학기가 시작되면 급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정기적인 평가회의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들을 나누고 실행한다. 초등학교 졸업국가고시 1등급 아동들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한국을 잠시 찾은 이명현 선교사는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데일리굿뉴스
 
센터 사역에 몸 10개라도 모자라…아이들 보며 힘내
 
이 선교사의 사역은 학교, 어린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쿠미CDP는 가정-교회-학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단계별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가정의 경우 열악한 주택환경, 부모 역할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이 가정의 소득증대를 위해 소규모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마을저축조합을 운영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모델홈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환경을 단계별로 개선한다. 부모들의 의식계몽을 위해 농업박람회를 열고, 견학과 세미나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교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선교사는 "우간다 인구의 70%가 기독교인이지만, 토속신앙과 결합된 형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성경이 없는 신자들이 많다"며 "교회는 많지만, 정작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술사를 찾아가는 게 이곳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선교사는 목회자 재교육도 하고 있다. 또한 교회연합회를 구성해 교회들이 주체적으로 사역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밖에 교회건축 지원, 리더와 교사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이 선교사가 진두지휘하는 쿠미CDP는 총 3곳이다. 때문에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학교가, 교회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힘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아프리카 아이들 하면 못 먹어서 비쩍 마른 모습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전 사람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불쌍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가능성, 희망을 바라보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그래서 학교지원 사역이 중요하죠. 동정심에 일시적으로 돕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곳을 떠나도, 이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 돼야죠."
 
이 선교사는 '늘 오늘이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갑작스럽게 몽골을 떠나야 했던 기억이 있기에, 언제 어느 때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후회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사역 원칙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건, 이 땅에 영적, 육체적 굶주림이 종식될 때까지 복음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그 비전만 바라보고 갈 겁니다."
▲이명현 선교사는 바쁜 사역에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기운을 낸다고 이야기한다ⓒ이명현 선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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