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교수
선거 때만 되면 ‘대북 퍼주기’ 거짓 선전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이번 대선 때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대선후보 토론에서 두 차례나 걸고 넘어졌고, 새누리당의 조원진 후보도 극우 보수답게 이 문제로 악을 썼다. 아무리 북한이 없으면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보수라고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과장된 선동을 통해 민심을 고혹하는 것은 대선 후보로 나온 정치인이 할 짓거리는 아니다. 
 
 ‘대북 퍼주기’의 골자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현금 등을 퍼주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지금의 북핵 위기를 조성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의 김정일은 남한으로부터 받은 돈을 비축하여 핵무기를 개발했고, 2006년 10월 9일에 제 1차 핵실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북 퍼주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수정권(이명박ㆍ박근혜) 때에 네 번이나 핵실험을 하여 핵을 고도화 경량화 일상화한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들은 첫 핵실험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비용에는 별로 문제를 삼지 않으려는 자세다. 때문에 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게 된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퍼주기를 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인지 그 여부를 따져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 정확한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이 선동이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김영삼 정부로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북한과의 거래비용이 얼마나 들었는가를 살펴보자. 2017년 통일부에서 발표한 ‘각 정부 별 대북 송금 및 현물 제공 내역’은 다음과 같다.
 
▲이만열 교수
                                                                                                      (단위: 만 달러)
 
이 표에 의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북한에 들어간 금액은 현금과 현물을 합쳐 682,697만 달러이고,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에는 231,372만 달러다. 김?노 정부에 비해 이?박 정부의 지원액은 거의 5배가 넘는 것 같지만,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민간지원이 중단되었고 ‘개성공단 폐쇄’로 대북지원이 중지된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라고 할 수 없다. 유의해 볼 것은 이 통계가 정부와 민간의 것, 또 현금과 현물이 합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불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의 40만 달러 밖에 없다. 그것도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해 그 센터를 건립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의 통계에서 보았듯이 정부와 민간의 현금 및 현물 지원 중 정부의 현금 지원은 40만 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홍 후보는 4월 23일 토론에서 "DJ·노무현 정부 시절에 70억 달러를 북한에 돈을 줬기 때문에 그 돈이 핵이 돼서 돌아온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가 4월 19일 토론 때에 노무현 정부에서 현금과 현물 합쳐서 도합 44억 달러 정도가 넘어갔다고 지적한 것은 틀린 것 같지는 않지만, 현금 70억 달러를 북한에 주었다는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동안 보수우익들이 'DJ 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퍼주기 한 것이 핵이 되어 돌아왔다고 주장한 것은, 홍 후보에게서 보이는 바와 같은, 이런 잘못된 팩트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현금 지불과 관련,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금강산ㆍ개성 관광, 교역ㆍ위탁ㆍ가공, 개성공단 등으로 이는 정부가 전달한 것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종의 '거래'였다.” 거래는 서로간의 소통과 이익을 전제로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 민간 차원에서 임금 및 통신비 등의 명목으로 4,131만 달러가 전달된 적이 있지만, “조업이 한창이던 이명박 정부 때는 이 금액이 2억 7,629억 달러로 늘어났다.” 선동가들이 김대중 노무현 때에 민간 차원에서 대북 거래액을 대북 퍼주기에 넣어서 계산했다면, 이는 전혀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최근 SBS 뉴스의 박세용 기자가 발표한 기사에 주목한다. 박 기자는 최근 (2017.04.25)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그는 2010년 10월 5일자 KBS와 조선일보 및 2013년 1월 7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되었으며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발표”한 <역대정권 대북 송금액>(자료: 통일부)을 소개했다. 그 통계는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 송금액'보다 이명박 정부 때의 '대북 송금액'이 많았다고 적었다. 박 기자는 그 당시(2010, 2013)에는 그런 “데이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하면서, “이건 앞서 말씀 드린 현물과 현금의 총액이 아니라, 현금 즉 '대북 송금액'을 말하는 것”이라고 언명했다.
 
박 기자가 <2010년, 2013년 데이터로 제작된 그래프>에 제시한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역대 정권에서 북한을 지원한 것은 김영삼 정부 4조원(36억 달러), 김대중 정부 1조 5,500억 원(13억 4,500만 달러), 노무현 정부 1조 6,200억 원(14억 1,000만 달러) 그리고 이명박 정부 1조 9,200억 원(16억 8천 달라)이다. 그런데 그 뒤 2017년 자료에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경우를 들어 2010년 자료와 2017년 자료에 나타난 송금액을 비교하여 이렇게 명시했다.    
 
* 2010년 통일부 자료 13억 4,500만 달러 [세부 항목: 금강산 관광 대금 4억 2천만 + 교역 대금 4억7,600만 + 현대의 사업 대가 4억 5천만 = 13억 4,500만 달러]
 
* 2017년 통일부 자료 17억 달러 [세부 항목: 관광 4억 2천만 + 교역, 위탁가공 등 8억 3천만 + 기타(사업권, 이용료 등) 4억 5천만 = 17억 달러]
 
위의 자료는 2017년 집계가 2010년 때보다 4억 달라가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박 기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송금액이 김대중 정부 때보다 많았다’는 주장이 사실인 줄 알았는데, 올해는 갑자기 거짓이 되어 버린 겁니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로부터는 그 액수가 왜 달라졌는가를 명확하게 설명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만 4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송금액도 2017년 통계는 2010년 통계보다 6억 달러 정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송금액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많았다’고 주장하는 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후보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그런 점을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뀌어진 것을 두고 박 기자는 “7년 만에 사실과 거짓이 바뀌었습니다”고 폭로했다. 2010년 통계에는 김영삼 정부 때 36억 달라가 지원되었다고 했는데 2017년도 자료에 9,3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는 것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당시 제네바 협약에 의하여 함경남도 신포에 건설하던 경수로발전소 비용을 부담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통계에서 그걸 삭감하는 것은 속임수로 보인다. 정부의 통계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이 바뀌어지고 들축날축해지면 국가의 공신력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김영삼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북 송금과 지원을 통일부 자료를 중심으로 살폈다. 이를 통해 보수우익들이 주장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대북 퍼주기’가 [현금으로] 70억 달러에 달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았다. 꼭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정부와 민간이 합하여 현금과 현물 68억 2,698만 달러를 북으로 보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김영삼 이명박 정부 때도 그 못지 않게 대북지원을 했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이다. 보수우익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그렇게 들어간 현금과 현물은 남북관계를 안정시켰고 평화통일의 가능성도 확인시켜 주었다. 북한에 들어간 만큼 우리도 이득을 보았다. 개성 공단을 통해 남북이 윈윈하는 시범을 보여주었고, 우리 중소기업에 큰 혜택을 주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정리하는 데에 동의한다면, 보수우익들이 주장하는 ’대북 퍼주기‘라는 말 자체가 허구이며, 나아가 그 지원이 핵 개발자금으로 전용되었다는 주장 또한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의문이 남는다. 그러면 북한은 무슨 돈으로 핵을 개발했을까. 
 
필자는 최근에 북한이 무기수출을 통해 매년 10억 달러씩 벌어 쓰고 있다는 ‘2005년도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를 소개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2006년, 7월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10월에 핵실험을 한 북한을 상대로 미국은 북미간에 핵실험 중지 협상을 벌였다. 그 때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미국을 향해 북한은 “그걸로 장사한다”고 하면서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을 팔기 위한 일종의 ‘판촉활동’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단다. 그 협상을 통해 미국은 미사일 발사 유예를 조건으로 3년간 10억 달러의 식량지원을 하겠다면서 2007년의 ‘2.13합의’를 끌어냈다. 이 때 미국은 북한의 군수공업위원회가 매년 10억 달러씩 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 비용과 관련, 정 전 장관은 북한의 군수공업위원회가 벌어들이는 바로 이런 돈에 주목했던 것이다.


*본 칼럼은 평화통일연대에서 발송하는 평화칼럼으로 평화통일연대 홈페이지(http://www.cnpu.kr/44)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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