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앞당겨진 ‘장미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기독교인의 정치참여가 과연 옳은가에 대한 논쟁이 다시금 불거졌다. 촛불집회 또는 태극기집회에 참여를 독려하는 목사의 설교에 비난이 가해지는 등 여전히 교회의 정치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인이 공적신앙을 실천하도록 독려하는 책이 발간됐다. 전작 「광장에 선 기독교」에 이은 「행동하는 기독교」가 바로 그것. 공적 신앙이라는 화두를 던진 전작의 논의에 이어, 이번에는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쟁점에 대해 신앙을 바탕으로 어떤 입장을 정립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기독교인은 낙태에 찬성하면 안되나요?’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인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면 안되나요?’ 저자들은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이렇듯 특정 사안에 맞닥뜨릴 때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가난, 이주, 낙태, 동성 간 결혼 등 17개의 정치적 이슈를 성경적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호모포비아·이슬람포비아… 성경적으로 합당한가?
 
최근 한국 개신교계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에게 “동성애·이슬람 저지해야”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자들은 인권 운동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 킹을 얘기하며 비폭력적 사랑을 권면한다.
 
“그리스도인이 비록 동성 간의 성행위를 도덕적으로 옳지 않게 여긴다 하더라도, 동성 간 결혼을 법적으로 지지할 만한 진정한 유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녀 양육과 언약적 사귐의 유익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동성 간 결합에 대해서도 이성 간 결합과 동등한 법적 보호와 동일한 법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옹호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저자들은 “아브라함과 솔로몬 역시 초기 기독교 감독에게 기대된 것과 같은 ‘한 아내의 남편’이 아니었다”며 “과거와 다른 오늘날의 결혼·가정에 대해 성경적, 신학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종교적 자유에 대해서 저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적으로 그리스도인 인구가 다수인 나라들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신앙들을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 그들의 종교 활동을 거부하고 제한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유혹에 맞서서 다른 사람들이 신앙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사도 바울 역시 인간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성찰하며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롬 10:10)라고 썼다. 사람들은 주변의 영향력에 그저 표면적으로 순응하거나 강압적 요구에 말없이 동의함으로가 아니라, 그 존재의 가장 중심부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받아들임으로 그리스도인이 된다.”
 
저자는 구체적인 예를 들며 “무슬림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회교 사원을 지을 권리, 그리스도인이 십자가를 지닐 수 있는 권리와 마찬가지로, 무슬림들이 머릿수건과 전신 베일을 쓸 권리, 유대인들이 ‘키파’를 쓸 권리”를 그리스도인들이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이 책은 공적 삶에서 그리스도인이 견지해야 할 태도와 성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자들의 입장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화 학습용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들의 견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자들은 제시된 목록과 함께 충분히 논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_미로슬라브 볼프
전 세계 신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이 주목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서적 100권 중 한 권으로 선정했으며 <크리스천센추리>가 지난 25년간 출간된 신학 도서 중 가장 중요한 책으로 소개한 「배제와 포용」 외에 「광장에 선 기독교」 등을 썼다.
 
지은이_라이언 매커널리린츠
예일 대학교에서 미로슬라브 볼프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예일 신앙과문화연구소에서 연구 조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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