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 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뜻하는 신조어다. 취업과 생계문제 등으로 방 값이 저렴한 곳을 찾아 다니는 팍팍한 청년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국민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1만 1784곳의 고시원이 있다. 고시원은 더 이상 고시생들의 공간이 아닌 빈민층의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시원의 처절한 현실을 담은 특별한 사진전이 개최돼 화제를 모은다.
 
 ▲심규동 작가가 고시원의 삶을 담은 사진전 <고시텔>을 오는 12일까지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전시한다. 사진은 연평해전 유공자가 배액관을 이용해 고름을 빼내고 있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한국의 어두운 현실 알리고 싶었다"
 
<고시텔>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사진전은 1.5평 안팎의 직사각형 방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비좁은 방이지만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작은 침대에 누워 오이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1999년 연평해전에서 입은 상처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름을 빼내야 하는 이의 모습도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심규동 작가(29)가 10개월 간 지내던 고시원의 이웃들이다. 천장에 카메라를 달고 타이머를 설정했다. 작가가 없으니 사람들은 더욱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고, 끊임 없이 웅크려야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좁은 공간. 그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의 반쪽을 차지하는 침대와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는 그릇, 책과 살림살이 등이 가득 차 있다. 심규동 작가는 이곳의 처절한 현실을 사진 안에 고스란히 담아 냈다.
 
방음과 보안, 프라이버시 문제 등 셀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시원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가 가난한 이들에게는 최우선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은 청년취업과 노인빈곤층 문제, 사회양극화 심화 등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우울한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했던 심 작가의 진심이 통해서 일까. 전시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의 손길이 이어져 전시비용 600여 만원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했다.
 
무려 10개월간 사진을 촬영한 심규동 작가는 "아름다운 사진도 좋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어두운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사진을 찍게 됐다"며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을 통해 정치계 인사들에게도 사회문제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심규동 작가의 사진전 <고시텔>은 오는 12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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