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님은 은퇴 후 남한산성의 조그만 집에서 26년간 사셨는데, 1년에 몇 번씩 찾아뵈며 가르침을 받았더랬죠. 늘 다독여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모습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교회는 훌륭한 신앙의 선배들로부터 이 시대에 필요한 신앙적 유산을 충분히 물려받았다고 봅니다."

한국교회 원로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의 말이다.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앙으로 한국교회와 사회에 본이 됐던 신앙의 선배들이 그리워지는 이때, 김 목사를 만나 이 시대의 '스승'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스승의날의 앞두고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김명혁 목사의 사무실을 찾았다. ⓒ데일리굿뉴스

유창한 설교, 심오한 신학보다 중요한 건…

1천만 명 가까운 성도수로 국내 최대 종교가 됐지만, 사회 신뢰도에서는 타종교보다 월등히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역설적 상황.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남긴 신앙적 유산을 이어가는 게 급선무임을 강조하며 김명혁 목사는 이같이 말했다.

김 목사는 "그저 손양원, 한경직 목사님을 조금만 닮으면 된다"면서 "모두를 품고 사랑할 수 있는 섬김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를 유창하게 하고, 심오한 신학강의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그것들이 복음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가 권력과 외형에 치우치는 일을 멈추고 기독교 본래의 가치인 섬김을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설교 전에 삶이 우선시 돼야한다"라며 "사랑과 섬김의 손길을 펴면 교회에 반대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경직 목사님은 평생에 섬김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분과 그 교회가 하고자 하는 어떤 일에 있어서 반대에 부딪힌 적이 없다"면서 "존경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타 종교까지도 퍼져 있다. 지금도 다른 종교 지도자가 한 목사님의 섬김을 칭송한다"고 말했다.

그의 삶에서 참된 스승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한경직, 정진경 목사와 같은 유명한 인물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주일학교 교사의 헌신은 평생의 신앙적 토대가 됐다.

김 목사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옥살이 중이었을 때 주일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보살핌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 평양 서문밖교회 이인복, 최병목, 명선성 선생님이다. 아직까지 이름도 못 잊을 정도다. 새벽기도와 주일성수, 순교신앙을 가슴깊이 심어주신 분들”이라고 밝혔다.

"새 대통령, 섬김의 정치 해달라"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새로운 대통령에게도 한국교회 신앙적 스승과 같은 섬김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김 목사는 "독재와 독선의 정치를 포기하고 백성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면서 "낙선자들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과 가난한 자들을 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승훈 선생과 조만식 선생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평생 헌신하셨음에도 나중에 하나님을 믿고는 민족주의를 버리셨다"면서 "지역주의,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통합의 정치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삶으로 섬김의 족적을 남기는 진정한 스승이 간절히 필요한 이 시대다. 한국교회가 먼저 그 역할을 감당해 사회에 제시한다면 땅에 떨어진 신뢰는 저절로 회복될 것이 자명하다. 그럴 때 비로소 국내 1위 종교로써의 면모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고민은 김명혁 목사가 한국교회에 지속해서 “신앙의 선배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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