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헬렌켈러'라 불리며 온라인 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일러스트 작가가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 구경선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구 작가는 토끼 캐릭터 '베니'를 통해 장애인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올해는 캐릭터 '베니'가 탄생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4월부터 구경선 작가 순회전 <엄마! 베니가 열살이 되었어요>가 진행되고 있다.
 
 ▲구경선 작가 개인전 <엄마! 베니가 열살이 되었어요>가 6월 4일까지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진행된다.ⓒ데일리굿뉴스

캐릭터 '베니', 10년 넘게 온라인 상에서 '인기몰이'
 
구경선 작가는 2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토끼 '베니'는 "나 대신 세상의 소리를 들어달라"는 구 작가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진 캐릭터다.
 
10년 전 싸이월드 스킨 공모작에 당선돼 세상에 알려진 '베니'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구 작가는 4년 전, 시각 마저 잃고 있다는 판정을 받아 지금은 직경 10cm 이하의 좁은 시야를 갖고 있다. 장애가 주는 고난과 역경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낸 구경선 작가는 '베니'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수 년이 흘러도 '베니'가 사랑 받는 이유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어려움을 딛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구 작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구 작가의 데뷔작을 비롯한 <희망이 자라다>, <사랑 채우기>, <프리 허그> 등 1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그림에 담아낸 구경선 작가 ⓒ데일리굿뉴스

엄마 향한 감사와 사랑 그림으로 표현
 
특별히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엄마 토끼'다. 본래 청각장애인으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구 작가의 어머니는 성대의 울림을 손으로 느끼게 해 입모양을 그려가며 같은 소리가 나오도록 연습을 시켰다. 덕분에 구 작가는 불분명한 발음이지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조의영 큐레이터는 "전시 작 중 <엄마의 방패>라는 그림이 눈시울을 붉힌다"며 "'내가 맞을 화살을 엄마가 대신 맞아주셔서 내가 덜 아팠다는 사실을 철들고 알았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는 구 작가의 엄마를 향한 감사함과 애틋함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구 작가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돌아보니 장애는 축복이었다. 장애가 없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아이, 타인의 아픔에는 관심 없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며 "또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다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직 보인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몰랐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한편 6월 4일까지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엔 장애인들을 위한 베니 향수 시향 체험, 베니 캐릭터 그리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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