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직후부터 약 두 달간 천안함 브리핑을 맡았던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 우리나라의 영해를 지키는 수장으로서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전 사령관은 "그 때마다 조국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고백한다. 40년 군생활 동안 맞닥뜨려야 했던 말 못할 어려움 속에서 그가 만난 하나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기식 전 사령관은 "그 때마다 조국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고백한다.ⓒ사진제공 신앙계

"하루 2~3시간 자고 컵라면으로 끼니…교회 갈 시간도 없었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 전 사령관은 진해에 있는 '다락방'에서 믿음을 키웠다. '다락방'은 임관한 장교들끼리 함께 숙식하며 예배와 기도를 했던 조그마한 방이다. 믿음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다락방에서의 신앙훈련은 이후 닥치게 되는 사건들 가운데서 하나님을 붙들 수 있는 버팀목이 돼줬다.
 
천안함 폭침 당시 이른바 천안함 괴담으로 온 사회가 들썩거렸다. 좌초설, 미군 잠수한 충돌설부터 심지어 자작극이라는 말까지 오르내렸다. 왜 침몰한 것인지 그 원인이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정부가 뭔가 숨기는 것 아니냐는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는 "결과가 밝혀지기까지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며 "가짜뉴스와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정부가 거짓말하며 진실을 숨긴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두 달간 브리핑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끼니는 대부분 컵라면으로 때우고 잠도 책상에 엎드려 2~3시간 잔 것이 다였다. 그는 40년의 군 생활 중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교회에서 예배드릴 시간조차 없던 그 때, 그는 쉬지 않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매달릴 곳은 하나님 뿐이었다.
 
사건 한달 반이 지나서야 결정적인 증거인 북한의 어뢰 조각이 발견됐다. 한국, 미국, 스웨덴 등 5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 조사단이 파견돼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사령관은 "지금도 평택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매우 아프다"며 "천안함 용사 46명은 전사했지만, 그들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안보관을 심어줬고 지금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작전실패' 될 뻔한 최대 고비…"할 수 있는 건 기도 뿐"
 
이 전 사령관이 겪은 군 생활의 고비는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로 군수물자를 보냈을 때, 그가 수송 상선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때 작전실패가 될 뻔한 위험천만한 위기를 만났다.
 
그는 "당시 부산에서 쿠웨이트까지 가는 긴 여정이었는데, 도중 엔진이 고장 나 가지고 있는 연료로는 도저히 쿠웨이트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작전 실패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전부 초비상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당시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가 참수당하는 등 테러 위협이 높아서 상황은 더 안 좋았다. 테러를 당하거나 배가 해적들에게 납치를 당하는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으로 미국 유조선과 연락이 닿아 연료를 보충받기로 했지만 일은 그렇게 술술 풀리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은 "인도양에서 미군 유조선과 만나 기름을 받기로 했는데 파도가 3~4미터에 이르는 등 기상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며 "결국 미국 유조선이 이런 상황에서는 기름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보냈을 때는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망망대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번에도 역시 기도밖에 없었다. 그는 부하들을 모아 함장실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파도를 잠잠케 해주십시오.'
 
낮 1시쯤 됐을까. 갑자기 파도가 잠잠해졌다. 미군 유조선과 만나기로 한 시각은 낮 2시였다. 그는 "미군 측에서 기름을 줄 수 있다는 통보가 왔고, 2시에 목표지점에서 무사히 기름을 받을 수 있었다"며 "대원들이 하나같이 다 기적이라고, 기도 덕분이라고 감격해하더라"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군 생활에 고비가 닥칠 때마다 '저로 인해 하나님 영광을 가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며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셨다는 고백 때문일까. 그는 40년간 국방안보의 최일선에서 근무를 마치고 명예스러운 전역을 했다. 그는 이제 다음 세대 해군들을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전 사령관의 보다 자세한 신앙 간증은 본지 제휴 <신앙계>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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