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가 친환경 농작물을 접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목회자가 있다. 바로 충남 예산 광시송림교회 이상진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건강을 회복한 후 15년간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어온 광시송림교회와 이상진 목사는 얼마 전 2017 녹색교회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광시송림교회 이상진 목사를 직접 만나 건강을 회복하게 된 사연과 친환경 농법의 중요성, 그리고 앞으로의 목회 계획을 들어봤다.
 
▲2017 녹색교회로 선정된 광시송림교회의 이상진 담임목사를 만났다.ⓒ데일리굿뉴스

2개월 시한부 판정…'친환경 농작물'로 건강 회복
 
20년 전 충남 예산의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한 광시송림교회로 부임한 이상진 목사. 첫 목회지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사역했던 그는 5년 만에 '당뇨 합병증'으로 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먹지 말아야 할 인스턴트 음식들을 즐겨 먹었던 게 화근이었어요.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물론, 입 안이 모두 헐고 잇몸이 주저 앉아 죽 한 그릇 먹기도 힘들었죠. 그러던 중 '자연 친화적인 음식'을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렇게 자연 친화적 음식을 접하게 된 이상진 목사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은혜를 누리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깨닫게 됐다. 이 목사는 곧바로 목회 방향을 '녹색-생명교회'로 정하고 친환경적인 농법을 연구했다.
 
"비료나 제초제, 고엽제 같은 화학 제품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마을 주민들이 모두 손가락질했어요. '죽다 살아나더니 목사가 미쳤다'고 했죠. 하지만 친환경 농작물을 먹으면서 건강 회복을 경험했던 저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교회 성도들부터 협력해 나가면서 점차 사역을 넓혀나갔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서일까. 이상진 목사의 사역은 점차 지역 주민들의 공감을 얻게 됐고, 현재는 마을 전체가 '생태 환경 농업 지역'으로 지정되는 역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친환경적으로 '오디', '꾸지뽕', '양파' 등의 농작물을 음료로 가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처음 친환경 농사를 시작할 때 하나님과 약속했어요. 절대로 자연과 생명을 헤치는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말이죠. 가공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은 제 사례비로 쓰이고 있어요. 시골교회이다 보니 목회자 사례비 부담이 크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사실상 저는 '자비량 사역'을 하는 셈이죠."
 
"교회는 지역 공동체…농촌교회 목사는 농부로 살아야"
 
이른바 녹색교회를 이루면서 교우들의 관계도 좋아졌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교회 안의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모두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한 후 이뤄진 감사의 열매다.
 
"우리 교회는 목사가 따로 심방을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생활 속에서 매일 성도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죠. 목사는 성도와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웃을 때 함께 웃고, 울 때 함께 울어주는 것. 또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목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 목사와 광시송림교회는 주변 농촌교회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온 타 지역 목회자에게 친환경 농법을 전수해 주기도 했다. 이 목사는 '광시송림교회의 특별한 사역이 농촌교회의 재정적 어려움에 작게 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사들이 모인 도시교회의 담임목사가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처럼 농촌교회 목사들은 농부가 돼야죠. 하지만 많은 농촌교회 목회자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그저 '농부가 되라'는 조언만 해줄 뿐이에요. 건물 뿐인 교회를 만들지 말고 공동체인 교회를 만드는 게 진짜 목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회 계획을 묻는 말에 이상진 목사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동네 이장이 돼 보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남은 목회 기간 동안 '친환경 농법 사역'을 더 넓게 전파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는 교회에서만 이 농법을 전해왔는데 이제는 타 지역 주민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복음의 참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사역이죠. 먼 훗날 은퇴 목회자가 됐을 때는 평생 순박하게 농촌목회를 해온 목사님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고 싶어요. 작은 목회자 공동체를 만드는 게 저의 마지막 꿈이죠."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