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에게 '보물단지'라 불리는 교회가 있다. 인천 도원동에 자리한 인천제2교회는 지역 비거주자 교인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모르는 주민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교회 문턱을 낮춘 섬김과 나눔으로, 주민들과의 끈끈한 믿음을 쌓아가는 인천제2교회에 다녀왔다.
 
 ▲교회 문턱을 낮춘 섬김과 나눔으로, 주민들과의 끈끈한 믿음을 쌓아가는 인천제2교회에 다녀왔다.ⓒ데일리굿뉴스
 
"교회에 묵은 때 벗기러 왔어요"…이색 사역 '눈길'
 
인천제2교회(담임 이건영 목사)에는 매주 화·목요일 1시만 되면 지역 어르신과 노숙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관에 오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명단에 적고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어떻게 오셨느냐' 물었더니 '목욕하러 왔다'고 한다.
 
인천제2교회는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 남자는 매주 화요일, 여자는 매월 첫째·셋째 주 목요일 1시부터 3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하다.
 
교회는 수건과 때 타올, 칫솔도구 등 간단한 목욕용품을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차와 음료도 대접한다. 목욕하고 나온 어르신들에게는 성도들이 기증한 옷을 깨끗이 세탁해 주민들이 원하면 옷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장옥분 어르신은 "이 동네에 목욕탕이 있긴 하지만 너무 멀고 돈도 많이 들어 잘 가지 않았다"며 "그런데 교회에서 목욕탕도 열고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매주 온다. 게다가 교회에서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특히 목욕탕 사역을 섬기는 교회 성도들은 어르신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함께 수다도 떨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기도 한다.
 
교회 목욕탕을 찾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교회의 '사랑나눔터'에서 밥을 먹고 온다. 사랑나눔터는 노숙인과 독거노인 등 따뜻한 한 끼 식사가 간절한 이들에게 매주 화·목·금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하루 평균 150여 명이 찾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회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곳이 교회가 맞나"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 1층 로비에 놓여진 안내표지판을 살펴보면 교회 안에 장애인 치료기관인 삼일특수교육센터을 비롯해 꿈나래어린이도서관, 드림 헬스장 등이 있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향민·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 이웃 섬김에서 시작
 

현재 인천제2교회는 총 20여 개의 나눔 사역을 펼치고 있다. 교회가 이 같은 활발한 사역을 펼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창립정신이 깃들여 있다.
 
인천제2교회는 1948년 인천에서 두 번째 세워진 장로교회다. 교회를 개척한 고 이승길 목사는 6·25 전쟁 직후 남편과 가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교회 안에 '마르다 모자원'을 세웠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아픔을 끌어안은 첫 사역이다.
 
2대 담임목사였던 이삼성 원로 목사는 교회 안에 유치원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교회가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게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기였다.
 
1993년 3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이건영 목사 역시 지역사회 섬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예수님은 영혼도 구원했지만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먼
 ▲인천제2교회 이건영 목사ⓒ데일리굿뉴스
저 손 내밀었어요. 그래서 우리 교회도 영혼구원과 함께 지역 내에서 아픔 있는 주민들을 위해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회가 이처럼 다양한 섬김을 펼치게 된 데에는 지역적 특징도 한 몫 한다. 신도시에 밀려나 3D업종 공장들이 교회 주변에 있다 보니 교회 인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교회가 이들을 위한 섬김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교회가 예배당을 세우면서 생길 법한 주민들과의 갈등도 없었다고 한다. 4300여 평에 달하는 예배당 공사가 진행되는 약 2년 동안 인근 공구상가단지와 학교 관계자, 주민들은 단 한 차례 반대나 항의를 하지 않았다.
 
"학교 옆에서 건축하는 것은 죽음이죠. 그런데 단 한 번도 주민들이 민원을 넣거나 시위를 한 적이 없었어요. 기적 같은 일이죠. 그 동안 교회가 주민들과 함께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주민들에게 교회의 신뢰가 형성된 것 같아요. 새롭게 만든 주차장도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이건영 목사는 교회 사역에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사역은 주변에 늘 있다"며 "목회자와 성도들이 '거룩한 소비, 성경적인 소비'라는 마음으로 사역에 임한다면 지역과 하나되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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