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전통사회에서 동성애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해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원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인권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면서 동성애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큰 변화를 맞았다. 오늘날 동성애는 한국 교회와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슈가 됐다.

이런 가운데 대학가의 동성애 논란이 심상찮다. 한동대학교가 동성애 반대 입장을 표명한 선언문으로 교계 안팎의 이목을 끈 데 이어 익명으로 커밍아웃하는 학생들의 게시글과 반동성애 운동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군형법 논란의 쟁점을 다뤘던 지난 기사에 이어, 동성애 논란의 또다른 진원지가 되고 있는 대학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9일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를 찾아가봤다. ⓒ데일리굿뉴스

"교내 동성애 찬반 논쟁 과열...입장 표명 필요했다"

한동대는 최근 선언문에서 ▲우리는 동성애 행위가 성경적 진리와 윤리관에 반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문화 안의 대세보다 성경의 계시를 기준으로 삼음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동성애 행위가 근본에서 인간 개인과 공동체에 해와 병을 가져옴을 믿는다 ▲우리는 동성애로부터 치유되도록 인도하는 것이 참 인권보호 임을 믿는다고 밝혔다.

입장을 선언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최근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의 강한 도전이 있다”며 “성경의 계시를 중시하는 한동대학교는 복음주의 교회들과 신앙관을 같이 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선언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국내 대학 최초'란 타이틀을 달면서까지 갑작스럽게 입장을 발표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학교 내에서 동성애 찬반 논쟁이 격화됐고, 보다 못한 학교 측이 논란을 종식하고자 '동성애와 동성애 결혼에 대한 한동대학교의 신학적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5월 2일 기계제어공학부 J 교수는 학교 신문인 한동신문에 '동성애 합법화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을 읽은 언론정보문화학부 L 교수는 SNS와 팟캐스트에서 감정이 실린 비판을 가했고, J 교수는 사과와 함께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L교수도 토론 제의를 수락했다. 이를 지켜던 학생들도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의견을 내는 등 캠퍼스가 뜨겁게 달궈졌다.

여기에 한 학생이 한동신문에 올린 동성애 찬성 글도 교내에서 논란이 됐다.

이런 일련의 사태 속에서 나온 ‘한동대의 선언서’는 교목실을 추축으로 부총장, 학생처장 등 운영위원들의 검토 및 수정을 거쳐 장순흥 총장이 최종 허락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정훈 교목실장은 “학교가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발표한 것은 맞다”면서 “그렇지만 적어도 1~2년 전부터 한동대 리더들이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어서 마냥 갑작스러운 발표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정훈 교목실장은 "한동대가 성경을 기반으로 복음을 가르치는 대학으로서 동성애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데일리굿뉴스

선언문으로 인해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소수인권자들에 대한 언어폭력으로 인식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 동성애자를 사랑하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 우리의 취지는 복음을 복음 되기 위해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지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을 넘어 한국에도 현실적으로 다가온 뜨거운 감자가 바로 동성애 문제”라며 “그런 차원에서 한동대가 성경을 기반으로 복음을 가르치는 대학으로서 동성애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성애자들을 말하기 이전에, 동성애가 성경적 입장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성경적 입장에서 동성애를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게시글 올리면 철거되고…첨예한 분위기

하지만 이번 입장을 통해 학교가 안정화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논란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기독교 학교를 표방하지만 엄연히 비기독교인들도 다니는 종합대학교가 기독교적 가치판단을 담은 입장문을 꼭 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 됐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합리화함으로써 그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을 만나 알게 된 것은 학생들 대부분이 한동대가 기독교를 바탕으로 세워진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의 ‘동성애 반대’ 입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그런 입장을 굳이 공식화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선 회의와 비판의 입장이 많았다.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어문학부 K모 학생은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과정이나 이런 부분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학교가 논쟁에 휩싸이고 있고 많이 복잡한 상태다. 기도해줬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황지일 학생(토목공학부 4학년)은 “학교 간부들 간에 오고간 이야기를 학교 전체의 의견이라 표현한 것으로 안다”며 “사회에서 예민한 문제를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많은 구성원들의 동의와 의견 수렴 없이 성명을 냈다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성명이 발표된 후 26명의 교수들은 “큰 틀에서 우리 대학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이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관련자들은 이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행정적, 형식적 절차를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실제로 최근 학교 측과 교수들 간 간담회가 진행됐으며, 학교의 성급한 외부 공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앞에는 학교의 일방적 입장 공개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여러개 붙어있었다. ⓒ데일리굿뉴스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던 9일,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학교 식당 앞에는 학교 발표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여러 개 붙어있었다.  자신의 소속을 밝힌 “나는 한동대학교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거부하며 내 이웃인 성소수자들과 연대합니다”란 연대 글도 여러개 붙어있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다시 찾아가 보니 게시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였고 게시판 하나는 누군가에 의해 엎어져 있었다.

단순한 논쟁 넘어 갈등 양상으로...
 
동성애 논쟁은 한동대뿐 아니라 타 대학들도 겪고 있는 큰 도전이다. 고려대학교에서 동성애를 고백하는 익명의 대자보가 붙자 이를 따라 여러 대학에서도 커밍아웃글이 목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동성애 비판 강연을 한 강사를 초청했다는 이유로 기독교수협의회 예배를 방해하는 일이 있었다. 

통합 교단 소속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도 최근 몸살을 앓았다. 학보인 신학춘추에 실린 동성애 옹호글이 발단이 된 것. 결국 편집인 겸 주간인 하경택 교수가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 교수는 "장신대는 동성애와 관련해 교단의 입장을 따른다”며 “신학적 성찰 없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이 게재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동성애 이슈는 한국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논쟁은 상아탑인 대학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권과 성경적 가치 수호를 사이에 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지적마저 들리는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논쟁을 넘어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동성애 논란에 대한 교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장신대 '신학춘추'에 동성애 옹호 기사가 실린 문제로 편집인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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