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순교자들을 기리고 순교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순교자 추모예배가 열렸다. 올해에는 성결교회의 대표적인 순교자 故 이판일 장로(임자진리교회)의 손자 이성관 목사가 참석해, '원수를 사랑으로 갚은' 고인의 정신을 나누며 감동을 전했다.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서 '2017년 제1차 한국교회 순교자 추모예배'가 열렸다. ⓒ데일리굿뉴스

용서와 화해...오늘날 필요한 순교의 모습
 
한국교회 순교자기념사업회(대표회장 임석순 목사)가 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서 '2017년 제1차 한국교회순교자추모예배'를 드리고 순교 정신을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
 
이성관 목사는 할아버지인 이판일 장로가 한국전쟁 당시 공산군에 의해 순교를 당한 이야기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했다.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 위치한 진리교회는 48명의 순교자가 나온 곳이다. 1950년 10월 5일, 이판일 장로를 비롯해 성도 48명이 비밀예배를 드리던 중 급습한 공산군에 의해 학살당했다. 한국전쟁 당시 공산군들은 기독교인들을 닥치는 대로 색출해 처형했다.
 
후에 이판일 장로의 아들 이인재 목사가 국군 해병대와 함께 임자도에 상륙했고, 공산군들은 모두 붙잡혔다. 13명의 가족을 잃은 이 목사는 공산군을 척결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 가족들을 몰살시킨 공산군을 모두 처형하려던 그 때, 이 목사의 귀에 아버지 이판일 장로의 '아들아, 원수를 사랑으로 갚아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공산군들을 용서하고 풀어줬다.
 
이성관 목사는 "그 뒤 마음의 병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했던 아버지는 내게 '공산군들을 용서할 때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말씀하셨다"며 "순교란 꼭 피를 흘리고 목숨을 내거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용서, 배려, 양보도 넓은 의미에서 순교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임자도 진리교회는 이성관 목사의 동생인 이성균 목사가 담임으로 시무하고 있다. 지난달 발간된 책 <임자도에 나타난 십자가>를 통해 3대에 걸친 임자도 진리교회의 순교와 용서, 화해의 역사를 들어볼 수 있다.
 
이날 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임석순 목사는 "굶주림을 면하는 것,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던 한국교회에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기적처럼 경제성장을 이뤄주셨다"며 "하지만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아 부귀와 명예, 권력이라는 욕망을 채웠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물고기를 많이 잡고 싶었던 어부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난 뒤에는 사람을 낚는 선교사가 됐다"며 "한국교회 역시 물질적 풍요나 부흥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한 분으로 족하다는 순교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순교자 유가족 및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예배에는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임석순 목사(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 회장), 정영택 목사(예장통합 증경 총회장) 등이 자리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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