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노후 준비 미흡

우리 사회가 고령 사회(인구의 14%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인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대 수명이 80세를 넘어 섰고, 이제 100세 시대라는 말도 희망 사항만은 아니게 됐다. 여전히 지구의 다른 편에서는 60세 이상 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장수한다는 것은 분명 복으로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장수를 한다고 해도 형편이 궁핍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살아야 한다면 그러한 삶은 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울 수도 있다.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그렇다면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공단 조사에 의하면, 50대 이상자가 노후에 필요로 하는 생활비 수준은 최소 노후생활비가 부부 기준으로 월 174만원, 개인 기준으로는 월 104만 원이었다. 또한 적절 노후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월 237만원, 개인 기준 145만 원으로 나왔다. 최소생활비는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가정했을 때,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저 비용을 말하며, 적정생활비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정도의 비용을 의미한다.

목회자의 노후 준비는 어떠할까? 역시 국민연금공단의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 가입 제고 방안>에 따르면, 개신교 목회자의 월평균 소득은 202만 원으로 천주교와 불교 성직자들보다 약 2배 정도 높고, 4명 중 1명은 마땅한 노후준비 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생활비 지출은 개신교 131.69만원, 천주교 69.95만원, 불교 79.38만원이었다.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개신교 목회자들은 가정을 꾸리고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이 200만원 수준이라면 정부로부터 복지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적은 액수다. 더 심각한 것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31.3%가 마땅한 노후준비 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신교의 경우 그 비율은 26.3%로 전체 평균보다 더 낮았다. 목회자 4명 중 1명은 노후가 불안한 상황이다. 실제로 목회자의 34%는 ‘노후에 대해 매우 걱정한다’고 답했고, 은퇴 후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무려 목회자의 88.9%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개신교 성직자들 중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은 49.6%가 '종교단체(교단) 제공 연금제도'를 선택하고 있었고, 이어 34.7%가 '공적연금제도'에 의존하고 있었다. 연구원은 2015년 12월 기준 일반인의 18~59세 총인구 대비 공적연금 가입률이 69.3%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성직자의 공적연금제도 가입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의료·의식주·여가 등과 관련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성직자들의 노후에 대한 준비 수준이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자체적인 노후보장제도 역시 급여수준이나 적용범위 측면에서 상당히 열악하고, 개인연금이나 가족으로부터의 지원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소규모 교단(종단) 소속 성직자들에게는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덧붙였다.

노후 문제를 공론화 해야

개신교 200여 개 교단 중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합동, 통합 등 주요 교단 8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연금 가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득이 워낙 낮아 생계유지만으로도 벅차다 보니 연금을 납부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교단들의 연금이나 은급제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투자 실패 등 연금의 부실 운영과 고령화 가속 등으로 인한 기금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에 평생을 목회사역에 전념하다 연금만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교회나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염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목회자들의 노후 대비는 의도치 않게 교회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생 존경받던 목회자가 은퇴 과정에서 지나친 은퇴 자금을 요구하다 성도들과 갈등을 빚고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다. 또한 평생 자신이나 가족도 돌보지 못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한 목회자들이 노후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 문제를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우리 풍토에서 목회자가 나서서 은퇴 이후 예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고 교인들도 뚜렷한 계획 없이 어떻게 되겠거니 하고 미루다가 결국 은퇴 시점에 이르러 서로의 견해 차이로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들의 은퇴 자금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놓고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목회자들의 은퇴 자금으로 얼마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목회자의 사례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회의 형편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사례비에 대하여 적정 기준을 정하는 데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전체 한국 교회에 대한 은퇴 자금이나 예우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으나 현재의 사례비 수준에 따라 적절한 은퇴 예우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당장의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시급한 것은 형편이 어려운 작은 교회들이다. 작은 교회들의 경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생계유지도 어려운 상황에 노후나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노후를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사례비에 대하여 성도들과 논의하듯이, 은퇴 이후에 대해서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교회에서 공론화하여 준비해야 한다. 사례비의 일정 비율을 은퇴비로 적립을 하거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제도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교단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연금제도가 없는 교단들은 하루속히 연금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또한 연금이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단 안의 비전문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기금을 운용해야 할 것이다. 개교회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듯이 전체 한국 교회의 공동체성 곧 공교회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단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복지의 강화를 위해 증세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듯이 한국 교회의 상생을 위해 각 교회마다 공적 자금을 마련하여 목회자의 노후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교회들이 형편이 어려운 교회의 목회자들을 위해 더 많은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도들은 목회자에게 무조건 청빈한 삶을 살기를 요구하거나 기대할 것이 아니라 노후에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제 목회자들의 노후에 대해서도 공교회성 차원에서의 논의를 확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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