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44만 명의 부채를 탕감하겠다고 밝혔다. 부채탕감은 성경의 희년정신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에 본지는 3주에 걸쳐 성경의 희년정신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희년에 입각한 한국교회 부채탕감운동의 역사를 짚어보고 일선에서 활동하는 사역자들을 만나 부채탕감운동이 왜 필요한지 들어봤다.
 
▲2012년 미국 월가 점령 시위에 시민들이 과도한 빚 문제를 제기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미국 '롤링 주빌리'에서 시작된 부채탕감 운동

부채탕감의 역사는 월가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미국의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시위에서 시작됐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무분별한 부실채권 거래실태를 고발하고 67만 7552달러(약 7억원)를 기부받아 부실채권 1473만 4569달러(약 155억)어치를 매입해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해 큰 인상을 남겼다.

이 운동을 모방해 한국교회도 기독교시민운동단체를 중심으로 부채 탕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5년 성남시기독교연합회 소속 성남지역 100여개 교회들이 부활절 연합예배로 나온 헌금 1억여원을 희망살림에 전달했다.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 빛 탕감 운동을 벌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들은 전단지를 만들어 대부업체의 빚 독촉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의 어려움과 부실 채권의 거래 실태 등도 고발했다. 성남제일감리교회, 지구촌교회, 할렐루야교회, 은혜샘물교회, 만나교회 등 대형 교회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은혜샘물교회 윤만선 목사는 "악성 채무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구제한다는 것은 희년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부채를 양산하는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알릴 수 있다는 것에 교회가 크게 공감했다“고 밝혔다.

희망살림은 전달받은 성금을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을 구제하는 사업에 썼다. 월가 점령 시위에서 시작된 '롤링 주빌프로젝트'처럼 악성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고, 채무 당사자에게 '당신의 빚이 소각됐습니다'라고 쓰인 안내장을 발송해 희망을 선물했다.

희망살림은 이런 모금을 기반으로 주빌리은행을 출범시켰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일반인이 참여하고 있지만, 씨드머니 형성에 교회가 나섰으며 일정 기간 마다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전통을 실천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무이자 전환 대출 사역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것과 다른 형태의 부채탕감운동도 있다. 기독 대안은행인 희년은행이 있다. 주관 단체인 희년함께(공동대표 김경호 목사)가 희년이 되면 부채탕감, 노예해방, 토지 반환이 이뤄졌다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사회의 약자들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고자 2016년 출범시켰다.  
 
▲희년은행 김덕영 사무처장을 만나 기독교 희년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데일리굿뉴스

희년은행은 청년 주거 취약계층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취업률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 게다가 소위 지옥고인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생활을 전전하지만 이마저도 힘겨워 고금리 대출 유혹에 빠져들곤 한다.

김 사무처장은 “아무리 작은 지하방이어도 서울에선 보증금이 500~1000만원이고, 월세도 30~50만원 정도 감당해야 한다"며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이 쉽게 문을 두드리는 곳이 바로 대부업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그렇게 젊은이들이 27.9% 고금리에 노출되고 있다”며 “월세에 이자까지 생활비 부담이 높으니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청년들은 굉장히 고립되어 있다“며 ”1인 거주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보니 심리적으로 굉장히 취약하다. 교회에서도 그런 곤궁한 처지를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20~30대 청년들의 높은 자살률에는 이 같이 헤어 나올 수 없는 빚의 굴레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교회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금 저축 이자율이 1~2%(일반 시중 은행권)밖에 안 된다. 그런데 청년들은 대출이자로 27.9%(대부업체)를 내고 있다. 이건 굉장히 불의한 일이다. 성경은 가난한 자들이 과도한 이자부담으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자를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덕영 사무처장은 “희년은행은 무이자로 자본을 형성해서 고금리에 노출된 청년들에게 전환대출을 해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면서 "은행에 돈을 맡겨 적은 이자를 받기 보다 빚에 쫓기는 젊은이들을 위해 무이자 저축을 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희년 정신의 취지를 잘 이해하는 기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14년 20~30대 청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주거와 결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청춘들에게 한국교회의 성경적 희년 정신 구현이 어떤 희망과 변화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30대 주거취약 계층 청년들이 고금리 대부 업체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는 사회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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