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범죄를 저지르고 법정에 선 청소년들에게 호통을 치는 판사의 영상이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바로 천종호 판사다.
 
비행을 저지른 소년범과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차갑기만 한 요즘, 천 판사는 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엄벌하기 보다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먼저 헤아린다. '소년범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 판사의 특별한 이야기를 신앙계 7월호를 통해 들어봤다.
 
 ▲천종호 판사는 그의 평생 기도제목이 "아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신앙계 제공

"청소년들 변화 위해 호통 치기 시작"
 
무리지어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일진'들에게 호통을 치고,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한 부모와 교사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판사. 소년원으로 송치되는 열일곱 살의 미혼모에게 배냇저고리를 선물하고, 배가 고파 돈을 훔친 자매에게 용돈 넣은 지갑을 건네주는 판사.
 
법정 밖에서는 인자한 아버지 같은 천종호 판사가 법정 안에서는 호통 판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 창원지방법원으로 발령 났을 때 소년재판을 처음 맡게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소년재판을 여는데, 평균 100명 정도의 아이들을 만납니다. 한 명당 3~4분 안에 이름 부르고 범죄사실 읽고 처분 내리기도 모자란 시간이죠. 그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에게 법정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음에 다시 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얘기해줘야 하는데, 그 아이들은 부모, 교사, 경찰, 검사에 대해서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를 소년원으로 보낼 수 있는 판사를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호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효과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소년범과 보호자에게 조그만 깨우침이라도 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 중에 몇몇 소년범들은 "마치 아버지한테 사랑의 질책을 당한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천 판사는 2010년 6월부터 소년재판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깨진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복지와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을 알게 됐다. 가정이 해체되면 가장 먼저 아이들이 타격을 입는다. 근로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돈이 필요한데 줄 사람이 없고, 보살펴줄 부모가 없어 비행청소년이 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다.
 
“비행청소년들은 아무도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투표권이 없는 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어요. 사회도 마찬가지고 교회도 똑같습니다. 교회에도 못 오게 합니다. 다른 아이들을 물들인다는 이유 때문이죠. 투명인간 취급을 받습니다."
 
"아이들, 사랑과 신앙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천종호 판사는 초등학생 때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갔다. 그 교회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중고등부 회장 등을 하며 신앙생활을 했다.
 
그는 현재 장로로 시무하는 금정평안교회에서도 비행청소년들을 돌볼 뿐 아니라 부산 경남 지역 세 곳에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교회를 만드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얼마 전 천 판사는 청소년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사법형 그룹홈(청소년회복센터)'를 만들었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대안가정을 만든 것이다.
 
그는 사법형 그룹홈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300명에게 직접 편지를 써 보냈다.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관계 부처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한 끝에 겨우 법안이 통과 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법 통과 당시 예산을 신청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만들 수 있는 초기 비행청소년이 전국에 수만 명이 있고, 그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가정입니다. 현재 180명을 돌보는 19군데의 사법형 그룹홈이 있습니다. 그중 16군데가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대안가정을 이뤄 아이들을 돌보고 있죠. 은퇴한 크리스천분들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말씀으로 양육하며 좋은 멘토 역할을 해주면 아이들이 변화됩니다. 더 많은 사법형 그룹홈이 생기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소년들만 생각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만사소년'이란 그의 별명처럼 천 판사는 청소년들을 위한 평생 기도제목도 갖고 있다.
 
"사법형 그룹홈에 더 많은 크리스천 가정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목사님, 장로님들이 공동체를 만들고 사회교육, 신앙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래가 있습니다. 국가와 교회가 나서야 할 땝니다. 아이들은 사랑과 신앙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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