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교회 박철수 목사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편부모 가정의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방황 대신 배움에 집중하고 복음도 접할 수 있도록 지역교회가 나선 사례다. 평일엔 선생님, 주일엔 설교자로 20년 살아온 박철수 목사를 만나봤다.
 
▲지난 7일 경기도 만안구에 위치한 새날공부방에서 박 목사를 만났다. ⓒ데일리굿뉴스

안양에서 공부 돌봄 20년

경기도 만안구에 위치한 새날교회의 바로 위층에는 새날공부방이 있다. 들어가면 수업용 하얀 보드판, 칸막이 책상이 늘어 서 있다. 책장에는 중고등학교 청소년 필독서가 꽂혀져 있고 작은 부엌과 냉장고도 구비되어 있다. 여기 위 아래층이 바로 박철수 목사의 사역 터다.

새날공부방 박 목사(새날교회)는 “주변엔 맞벌이, 편부모, 가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갈 데 없이 떠도는 것을 막고 자기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 겠다 생각해서 공부방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학교 공부에 맞춰 복습하는 것과 시간관리법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면서 “국어, 영어, 수학은 내가 직접 가르치고 나머지는 스스로 하는 자기주도형학습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1997년 안양에서 개척해 이듬해부터 공부방 사역을 진행해왔다. 올해 교회 창립 20주년이니 공부방 역사도 거의 비슷한 셈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동안 무료로 청소년을 보듬는 사역을 해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특별한 부르심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궁금했다.

그는 “아내가 첫 아이를 낳고 1년 정도 후에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한쪽 몸이 마비됐다. 그래서 목회 전략을 바꿨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거리 전도를 하고 심방을 다닐 수 없으니 교회로 부모들을 올수 있게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형편상 직장을 놓을 수 없는 부모들은 방과 후 혼자 있을 자녀들 생각에 늘 걱정과 조바심을 달고 산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 유혹이 차단된 교회에서 식사도 하고 공부도 한다면 안심이 되고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게다가 인성과 학습능력이 좋아지면 교회를 찾게 된다.
 
▲박 목사와 아이들이 책상에 둘러 앉아 기말시험의 틀린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나도 돌봄이 필요했던 청소년기 보내"

또한 박 목사 자신도 청년시기 공부 돌봄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전라북도 임실 농촌마을에서 자랐지만 청소년 시기 공부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높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농사일로 새벽에 나가셨다 날이 어두워져야 돌아오셨다. 그래서 또래들과 의기투합해 공부모임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꿈을 키웠다.

박 목사는 “20대에 서울에 올라왔는데, 주변이 내 고향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며 “도시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진 아이들이 방황하고 떠도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역이 꼭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적 위주의 학교생활에서 집안형편과 낮은 성적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경우가 많은데, 공부방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면서 “공부방에서 단체생활을 배우고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자존감이 높아지니까 복음에 대해 눈을 뜨고 인성도 달라졌다”면서 “주일엔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예배드리도록 독려하고 있는데, 잠깐의 시간동안에도 학생들이 정서적 치유를 받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박 목사는 최근 GOODTV뉴스를 통해 소개된 박정현 씨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역 아이들을 섬기고 넉넉치 않은 수입으로 미자립교회도 돕는 신학생 박 씨의 사연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박 목사 역시 성도가 몇 되지 않는 작은교회다보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사역을 놓지 못한 이유는 단 한가지. 

그는 “여러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사역을 놓지 못한 이유는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 때문이다”면서 “‘여기가 전부’라고 말하는 그 눈빛을 보면서 나도 인내하고 버티고 감당해낸다”고 말했다.

박 목사와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새날공부방에서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고, 주일엔 새날교회에서 목사와 성도로 만난다. 평일예배에 학생들이 제법 참석을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공부하기 싫어서 예배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새날교회를 찾아가는 길에 크고 아름답게 지어진 중대형 교회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그에 비해 새날교회는 간신히 간판하나 달고 있을 만큼 작고 협소했다. 하지만 강했다.

박 목사는 가난한 개척시기부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섬김과 사랑을 누구보다 강인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