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44만 명의 부채를 탕감하겠다고 밝혔다. 부채탕감은 성경의 희년정신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에 본지는 3주에 걸쳐 성경의 희년정신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경제적 위기에 빠진 청년들을 위해 부채탕감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을 살펴봤다.
 
▲대학생은 생활비와 학자금 마련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졸업을 하더라도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과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청년들. 이들을 돕기 위해 청년부채 탕감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을 살펴봤다. 
 
"청년부채 탕감, 단순 지원 넘어 자립 도와야"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청춘희년네트워크 '청년부채 ZERO 캠페인'에 참여한 김태민(가명) 씨.
 
대학생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 때문에 빚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빚을 갚기 위해 현역 입영 대신 부사관으로 임관했지만 불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군 전역 이후에도 대출로 돌려 막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김 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부채에 대한 압박에 가족이나 교회에서 고민을 나누고 싶었지만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 부모님께 어려운 상황을 말씀 드렸다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죄송한 마음 뿐이었죠. 교회 안에서 다른 청년들에게 재정적인 고충을 나누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교회를 다니기 어려워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김 씨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재무상담까지 해주는 청년부채 ZERO 캠페인이 눈에 띄었다. 지난 3월부터 캠페인에 참여한 김 씨는 상담관에게 자신의 부채상황을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더바짝모임을 통해 위로도 얻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청년 부채 ZERO 캠페인을 통해 남아 있는 부채를 갚아나갈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생활비를 벌거나 학자금을 갚기 위해 시중 은행에 비해 손 쉬운 조건으로 대출해주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청년들이 많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청년 및 여성 고금리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50조 9000억 원 중 절반이 넘는 26조 3000억 원이 여성과 청년층의 대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년대출은 2013년 말 1조 1501억 원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2조 835억 원으로 81%나 증가했다.
 
"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경제문화 만들자"
 
김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청년 부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원금이나 이자 상환을 돕는 차원에서 소비 습관 개선과 재무관리를 교육하는 방식으로 점차 변화되는 추세다. 청년들이 서로 돕자는 취지에서 금융협동조합 설립도 활발하다.
 
데나리온뱅크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청년들을 돕기 위해 창립한 청년자조 금융협동조합이다. 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 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창립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마태복음 20장의 1∼16절에서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이나 해가 질 무렵부터 일한 일꾼에게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지불한 포도원 주인처럼 성경의 정신을 실천하자는 의미도 담았다.
 
남기평 총무(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김 군의 가방에서 발견된 컵라면을 보고 점심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김 군과 같은 청년들에게 작은 여유와 시간을 선물해줄 수 있도록 소액대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경제문화'가 목표인 데나리온뱅크는 조합원이나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대출 신청을 받는다. 이곳에선 정해진 상환기간 없이 최대 50만원까지 소액 대출이 가능하다.
 
만 15세에서 39세 미만의 청년이 출자비(5,000원)와 월 회비(5,000원 이상)를 내기만 하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남 총무는 "데나리온뱅크의 사역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동체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당회를 비롯한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 써준다면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의 늪에 빠진 청년들은 공동체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교회가 단순한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격려와 재무교육을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사역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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